마음을 찍는 사진사
사진을 찍은지도 5년 쯤 되어 간다.
무턱대고 찍던 사진까지 치면 20년은 되겠지만
조금은 생각을 하고 찍기 시작한 것이
한 오년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지금도 내공이 빈약해서 별로
신통할 것은 없다.
그래도 가끔은 나의 마음의 눈이
사람들의 따뜻함이나
사랑 같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난 사진의 예술적 감각이나
천재성은 없다.- 그것은 확실하다.
아직도 카메라를 손에 잡으면 정신이
멍해질 때가 대부분이니까.
다음에 석 장의 사진이 있다.
첫 번째 사진은 Arizona에 있는 장인 댁에서
어느 해가 좋은 날에 찍은 꽃 사진이다.
빨간 색과 그린의 대비로 그런대로 예쁘다.
그런데 So what?
그냥 예쁠 따름이고 흔한 꽃이 아니어서 그저 호기심이 날 따름이다.
이 두번 째 사진은 3년 전인가 우리 집 마당에 피었던
튜울립을 찍은 것이다.
Close- Up 사진. 한국말로 접사라고 한다.
꽃잎과 꽃술 그리고 녹색의 이파리가 황홀하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피사체에 넋이 빠질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이다.
잠시 황홀경에서 숨을 멈춘다.
그냥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한다고 해서
흠잡힐 건 없다.
그런데 나는 이제 그런 걸 넘어서고 싶다.
작년 어머니날 동네 화원에서 찍었다.
뭐 별 것 없다.
장식으로 세워둔 술통 위에 꺾여진 제라늄 한 송이가 Object다.
배경으로 작은 꽃들이 blurry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제를 살리기 위한 일종의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꽃이야 다 이쁘니까 일단 찍으면
별 기술이 없어도 예쁘다.-꽃이니까.
그런데 보라.
꽃송이가 놓인 곳에 그늘이 졌다.
해가 일부러 피해간 걸까? - 아니다.
꺾여져 땅에 떨어진 꽃송이가
밟히지 않도록 누군가가 통 위에 고이 올려놓은 것이다.
그것도 해가 들지 않는 그늘에 말이다.
그 꽃을 보는 순간 난 꽃의 아름다움보다도
그 꽃을 그 곳에 올려놓은 사람의 마음과 만났다.
햇살에 쉬 마르지 않도록
꺾인 꽃송이를 그늘에 놓은 그 마음.
이렇게 보지 않고도 만나는 만남은
내 삶에서 보너스로 얻어지는 기쁨이며 행복이다.
그런 사진을 찍고 싶다.
사진을 보면서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번지는-----
나의 턱 없이 부족한 내공이
그런 아름다움을 잡아낼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찾으리라.
삶 속에서 마치 보물처럼 숨겨진
사랑과 행복을 찾는 작업- 사랑의 마음을 찍는 일을 하기 위해
틈 나는대로 나는 길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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