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지 생신지 2
"여보, 저게 무슨 소리야?"
꿈 속에 푹 잠겨 있던 내가 아내의 소리에
반쯤 눈을 떴다.
주위가 어둑어둑한 걸로 보아 아직 일어날 시간은 아닌 듯싶었다.
시간도 되지 않아 잠을 깨운 마님이 야속했지만
나는 신속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온 정신과 귀를 한 곳에 모았다.
협동 작전을 한 결과
아내의 귀에 탐지된 소리는
별 것 아닌 잡소리로 결론이 났다.
아마도 새벽 출근하는 옆 집 사람의 알람 소리였던 것 같다.
"무슨 꿈 꿨어?"
뜬금없이 아내가 물었다.
아마 잠을 깨운 자신의 만행(?)을 덮기 위해 둘러대느라 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별 것도 아닌 소리를 가지고
하루 종일 가게에서 힘들게 일을 해야 하는
남편의 잠을 손해 보게 한 죄를
어떻게 물어야 할 지를 고민하던 중이던 나는
아내의 그 질문에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다른 건 다 잊고 꿈 얘기를 시작했다.
막 잠에서 깨어나서인지
보통은 꿈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나임에도
꿈인지 생신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생생한 꿈 이야기가
내 입에서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일터와 가까운 곳에 있는
장인 어른의 가게에 뉴욕시 공무원이 와서는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걸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 것이었다.
현실보다 좀 많이 과장이 되긴 했지만
나는 그 공무원에게 관련 법규를 들어 가며
격렬하게 항의를 했다.
연세 드신 장인어른을 대하는 그의 태도도 영 못마땅해서
그만큼 나의 언성도 높았다.
그 공무원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인지 경찰을 불렀고
나는 변명을 할 틈도 없이
수갑을 차고 감방에 갇히고 말았다.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며
묵비권 어쩌구 하는 말도 생략한 채
나는 잡혀서 어두운 독방에 갇히고 말았다.
나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이도
나에게도 말을 걸어주는 이도 없는
절대 고독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아무리 내가 죄가 없다고 한 들 그걸 증명할 길도,
그걸 아무도 들어주질 않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어둔 감옥에서
며칠을 지내며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을 때였다.
그 때 저 멀리서 아스라히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여보, 저게 무슨 소리야?"
그 소리에 나는 잠을 깼고
한 순간 감옥에서 풀려난 셈이 되었다.
내 꿈 이야기를 들은 마님은 언제랄 것도 없이
다시 의기 양양해졌다.
"거 봐, 당신을 감옥에서 꺼내 준 게 누구야?, 나잖아."
남편의 단 잠을 깨운 미안함은 상실한 채
내 삶의 구원자로 당당히 우뚝 서 있는 마님 앞에서
나는 왜 점점 더 작아지기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현실뿐 아니라
꿈에서조차 나의 구원자, 나의 후견인인
평강공주와도 같은 마님께서
정성껏 끓여준 오트밀을 먹고
연일 화씨 90도가 넘는 날씨 때문에
온통 불 가마 속 같은 세탁소를 향해
오늘도 온달 장군처럼 씩씩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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