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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꿈인지 생신지 1

꿈인지 생신지 1


"Protect ME!"


난 일요일 새벽에 아내와 같이 텃밭에 나갔는데

일찍 잠이 깬 Sadie가 따라 나왔다.

갑자기 Sadie가 자길 보호해 달라고 소리를 쳤다.

해가 아직 얼굴을 내밀지 않은 시간이라

텃밭 주위엔 많은 날벌레 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있었다.


Sadie에게는 날벌레만큼 자기를 성가시게 하고

무서운 존재가 세상에 흔치 않을 것이다.

절대 절명의 순간에 외치는 손녀의 

"Protect Me!"라는 외침은 제법 비장해서

아니 구해줄 수가 없었다.

손녀를 날벌레의 공격에서 구출해

바로 옆에 있던 내 차 안으로 무사히 인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Protect ME!"라는 외침이

아내에게서 들려 왔으니 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으리요.

아내는 붉은 옷을 입은 오랑캐 백만 대군에게 겹겹이 포위되어 있었다.

나는 그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서

아내를 구출해 말에 태우고 

다시 그물같이 얽힌 포위망을 뚫은 후 도망을 쳤다.


오량캐의 추격은 날벌레보다도 끈적했다.

결국 우리가 도달한 곳은 천길 낭떠러지였다.

백만 오랑캐들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다.

적들을 혼자 무찌르느냐, 아니면 천길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느냐의

선택만이 앞에 놓여 있었다.


나는 혹시라도 오랑캐의 화살에 아내가 맞을까 걱정 되어

내 등 뒤에 서게 했다.

적들의 화살이 날아 오는 순간,

"나 침대에서 떨어질 것 같아, 당신 자리로 가요." 하며 

아내는 내 등을 떠 밀었다.


나는 다행히 화살에 맞아 죽지 않았고

나를 죽음에서 건진 건 아내였다.


"당신 혹시 'Protect ME'라고 외치지 않았어?"


"아니."


뭐 따로 할 수 있는 말이나 일도 없고

침대 다른 한 쪽, 

내 자리로 돌아가는 수 밖에.


난 분명히 "Protect ME"라는 소릴 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