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의 아침 식사는 오트밀이다.
오트밀을 돌솥에 물과 함께 넣고
5분 정도 끓이면 한 끼 아침 식사가 완성된다.
랴면 끓이는 시간으로 한 끼 식사가 완성되니
우물에 가서 숭늉 차는 나도
오트밀 요리를 위한 시간 내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덕분에 라면 하나 달랑 있던 내 요리 목록이 풍성해졌다.
그 위에 피캔과 호도, 아몬 같은 견과류 간 것을 얹는다.
chia seed라는 깨알 같은 씨도 함께 얹어 먹는데
너무 많이 넣으면 좋지 않다는 마님의 말씀에
이걸 오트밀 위에 얹을 때면
이걸 먹고 어떻게 될까
소심해져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리고 요즈음은 오트밀 토핑에 잣이 추가 되었는데
잣을 씹는 맛 때문에라도
오트밀은 참 착하고 좋은 아침 식사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 그림에 눈을 찍어 완성시키는 것은
계피가루다.
약간의 단 맛과 향, 그리고 치매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
계피가루를 잊지 않으려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미국에 처음 와서 야채가게에서 일을 할 때는
너무 바쁜고 시간에 쫓기다 보니
집을 나서며 동네 어귀에 있는 커피솝에서
커피 한 잔과 버터 롤로 아침 식사를 대신했다.
단 1달러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두어 시간 지나면 20대 후반이었던 청년의 위를 충족시키진 못 했다.
그래서 야채가게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30년 전에는 한국 라면이 없어서
일제 이치방을 먹었다.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라면을 먹다 보니
한 일년 쯤 지나니
입에서 거부 반응이 왔다.
먹는 도중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것이다.
이치방 라면과의 관계가 정리될 즈음
한국산 라면이 미국에 들어왔다.
'너구리'
내 앞에 센세계가 펼쳐졌다.
나도 나지만
인도나 파키스탄, 카리비안 국가, 중남미 출신의 동료들도
너구리에 중독되었다.
그때 라면을 그런 나라에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당장 앞가림할 시간적 자금적인 여유도 없었다.
너구리와의 황홀했던 밀월도
1년이 되자 시들해졌다.
새로운 연인이라고 찾은 것이 시리얼이었다.
달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단 것이 대부분이 시리얼도 아침식사로서는 평균점을 줄 만했다.
그런데 우유, 그 우유에 대한 나쁜 소문이 들려왔다.
'성장 호르몬' 어쩌구 하는 것이 젖소의 사료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팜므파탈-치명적일 수도 있는 그런 우유.
내 마음은 서서히 우유와 함께 먹어야 하는 시리얼로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빵 종류로 아침을 대신하게 되었는데
간편한 대신 때때로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중에서 알게 되었지만
나도 모르게 과민성 대장 증세에 시달리고 있어서
밀가루 음식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최근까지 나의 아침 식사는
먹어도 배가 아프지 않은 떡을 임시 반려로 삼았다.
다 괜찮은데 사러 다니는 게 문제였다.
고심 끝에 마님이 오트밀과 넛, 계피가루의 조합을 개발했다.
So far, so good!
지금까지 오트밀은 흠 많은(?) 나의
흠 없는 아침 식사로 자리 잡았다.
견과류는 무조건 좋다고 한다.
내가 알지 못 하는 '불포화 지방산' 어쩌구 하는 것을 빼고서라도
피부 노화 방지며, 심장병, 뇌세포에 좋다는 설이 분분하다.
이제부턴 다른 데 한 눈 팔지 않고
아침 식사로 견과류를 듬뿍 얹어 먹는 오트밀과 함꼐
백년해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백년 해로라는 말은 과장이다. 그만큼 내 맘에 쏙 들었다는 말)
Nut(견과류)을 많이 먹어 줌으로 해서
nut(미친, insane)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오늘 아침도 견과류를 듬뿍 얹은 오트밀을 맛나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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