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막내
아들과
함께
축구를
다녀 오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아들과 함께 뛰니 없는 힘도 조금 더 쥐어 짜 내었다.
3주 가량의 휴가를 나온 기간 동안 막내 아드님께
아빠로서 내가 해 준 일,
해 주어야 할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아빠를 생각해서
함께 축구를 '해 주신' 아들의 마음이 황송할 뿐이었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꾀 부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는데
그게 탈이었다.
발 뒷꿈치와 복숭아 뼈 부근의 움푹 패인 부분에
둔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걸을 때 뒷꿈치가 지면에 닿으면
조금 불편하게 아플 정도였다.
발 앞 쪽으로만 걸으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지만
혹시라도 먼 거리를 걷는다면
낭패를 볼 상황이었다.
이런 통증을 마님에게 고백한다면
막 여행을 시작하려는 마님의 상쾌한 마음에
'더운 물'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기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여기서 찬 물이 아니라 더운 물을 끼얹는다는 표현을 쓴 것은
날씨가 무척이나 무더웠기 때문이다.
찬 물은 오히려 축복의 의미가 있기에 그런 것이다.
찬 물 더운 물도 가려 마셔야 하고
표현도 그때 그 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비록 잘 실천하지는 못해도 내 소신이라면 소신이다.
그러나 소신보다도 더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당장 축구 그만 둬요, 그 나이에 무슨." 하며
입을 다문 후의 가늠할 수 없는 마님의 침묵이다.
마님의 말씀에는 비록 마침표가 찍히지만
그 파장이 미치는 내 마음 속 두려움의 거리는
3.141592------하고 이어지는 원주율처럼
쉼표 찍을 여유도 없이 계속 된다.
이럴 때 아픔을 속으로 삼켜야 한다.
뱉을 때와 삼킬 때를 아는 걸 보니
내 나이테 수도 제법 된 것 같다.
주일 미사를 다녀 오니 거의 오후 1 시가 다 되었다.
부지런히 가도 오후 7 시 가까이 되어서야
몬트리얼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긴 거리를 가야 하는데도
영양가 없는 사설만 길게 늘어놓고 있으니
떠나기도 전에 보는 사람들은 맥이 다 빠질 지도 모르겠다.
나야 여행도 대충 가는 유한책임 사원이지만
마님은 본인 뿐 아니라 나까지도 보살펴야 하는 걸 숙명으로 아신다.
전생에 무슨 업을 지어서
그 무거운 무한책임을 지고 가야 하는 지 모를 일이다.
마님은 떠나는 순간까지도 쉴 틈이 없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텃밭에서 상추와 깻잎을 따고
다른 음식도 준비하느라 실 틈이 없었다.
애초에 아들들과 함께 하기로 했던 여행이니
호텔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된 곳으로 정했다.
당연히 마님의 준비해야 할 일만 늘었다.
드디어 출발,
우리 앞에는 국경을 넘어야 하는
350 마일 거리의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햇살이 게으르게 내려 쬐는
무더운 5월 말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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