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얼, 퀘벡 - Mount Royal
호텔방에 여장을 푼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Mount Royal에 가기 위해서였다.
몬트리얼 시 중앙에 위치한 Mount Royal은
봉우리가 셋이 있는 산이다.
산에는 인공 호수도 있고
야외 조각 공원과 몬트리얼 시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등이 있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설계한 사람이
이 공원도 설계를 했다고 한다.
산은 여러 가지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서
몬트리얼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높은 곳이니
해가 지는 모습을 잘 담을 수 있는 '포인트'가
어딘가에 있으려니 하는 기대를 지고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꾀가 나긴 했지만
산에 오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날이 흐려서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산으로 오르는 입구는 사방으로 수를 셀 수도 없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호텔 직원이 알려준 대로
호텔 뒤의 비탈을 올랐다.
호텔 뒤의 언덕에는 제법 크고 예쁜 집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공원에 오르기도 전에
이미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더웠는데
더운 날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하는
불평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꾸역꾸역 속으로 되 밀어 넣었다.
4년 전 파리에 갔을 때의 기억이 떠 올랐기 때문이었다.
뉴욕과의 시차도 있는데다가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 자는 까탈스러움 때문에
밥 잠을 설친 후
하루 종일 걸어서 파리 여행을 하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주위에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후 에펠 탑의 야경을 보러 갈 계획이었는데
몸과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후 나는 그냥 호텔로 돌아가
침대에 몸을 눕히고 싶어서
조심스레 마님께 내 의향을 전달했는데
이것이 마님의 심기를 건드렸다.
바로 화산이 폭발했다.
그것은 마님의 거룩한(?) 분노였고
나에 대한 사랑의 절정이 표현된 것이었다.
파리 여행을 날이면 날마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막대한 돈을 써가며 파리까지 가서
나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라고
에펠 탑의 야경 구경을 예정지에 넣었는데
당장의 피곤함 때문에 이 모든 걸 포기하는
나의 유아기적인 나약함을 마님은 호되게 질책했다.
마님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는데다가
다 나 좋으라고
나 잘 되라고
타이르시는 마님의 마음에 감동이 되어
많이 반성을 하고
다시는 이런 일로 마님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으로
그 날 밤을 마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 또 같은 상황에서 나에게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호텔의 침대에 널 부러져 달고 곤한 잠을 자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마치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했던 심정으로.
그러나 나는 그날 야경 사진을 찍는데 꼭 필요한
삼각대를 깜박하고
호텔 방에 두고 가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마님의 가르침을 들어야 했던
파리에서의 아팠던 기억이
Mount Royal로 향하는
내 등을 떠 밀었다.
나는 그 날 '족저근막염' 때문에
발 뒤꿈치와 발바닥의 고통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로
산에 올라야 했다.
마님의 마음을 더 이상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일념 하나로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더위가 주는 고통까지도 함께 했던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어차피 다시 내려갈 산엔 뭐 하러 오른담?)
때론 두려움이기도 하고,
때론 질책의 형식을 띄기도 하지만
이 것이 다 사랑의 다른 모습이다.
공원으로 오른는 리
어느 담벽에 그려진 그림
인공 호수
그 주위의 잔디밭
야외 조각 공원
옥잠화
몬트리얼 시내
전망대 부근의 너구리.
쓰레비 통을 뒤져서 먹이를 찾는다.
숲 속에 숨었다
사람 발길이 뜸하면 나타난다.
힘들게 발품 팔아 올라서는'스마트 폰과 눈과 마음을 맞추고---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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