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데이 주말을 끼고
2박 3일 예정으로 몬트리얼과 퀘벡을 다녀 왔다.
마님이 여행지를 왜 그 곳으로 정했는지 모르겠다.
몬트리얼과 퀘벡은 20여년 전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기억이 있는 곳이다.
마님의 결정은 늘 깊은 뜻이 바닥에 깔려 있기에
내가 짐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도 생각나는 대로 다녀오기로 한다.
메모리얼 데이 위켄드,
일요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던 것을
아침 축구를 마치고 주일 미사까지 한 후에 출발한기로
울발 전 날 갑자기 계획이 바뀌었다.
토요일 오후에 했던 막내 아들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아빠 내일 아침 축구해?"
세상 물정 모르고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무심한 막내는
우리가 캐나다 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캐나다 여행은 방학을 맞은 큰 아들과
휴가 나온 막내 아들까지 함께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이 틀어진 것은
너무나 바쁜 큰 아들이 집에 올 수가 없었던 때문이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막내 아들과 함께 가려고 해도
군인 신분이어서
캐나다까지 갈 수가 없어서 부득이 우리 부부만 가기로 했다.
이런 과정 끝에 이른 결론에 대해
막내 아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뜬금 없이 축구 이야기가 나온 것이었다.
사실 아이들이학교 다닐 때는
아버지 날 같은 때
선심이나 선물처럼 하루 아침 아빠와 함께 축구를 '해 주곤' 했다.
아들들이 나랑 축구를 해 주(시)면
그것은 세상에서 더 없는는 기쁨이요, 광영이었다.
그렇게 아들들과 축구하는 걸 좋아하는 아빠에게
휴가나온 기념으로 선심 한 번 쓰겠다는 막내 아들의 발언에
빛의 속도로 마님이 반응했다.
"내일 아침 축구 끝나고 출발해요."
아빠에게는 아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기쁨을,
아들에게는 아빠에게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셈이니
마님은 다른 어떤 가치와도 저울질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가족 간의 관계에 무엇보다도 가치를 두는
마님의 결정에 나도 흐뭇해졌다.
계획을 하고
변경을 하는 것도 다 마님이시다.
나는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된다.
마님 말씀에 순종만 잘 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 것이
어디 한 두번이라야 말이지.
그런데 이런 말을 감히 마님에게 고하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더욱 기고만장해서
초심을 잃고 자만심에 빠질까 염려하는 마음에서다.
사실 마님 칭찬에 인색한 것이
내가 쪼잔하거나 까칠해서가 아니라
과묵한 데다가 이런 통 큰 배려의 마음 때문인 것이다.
(과묵한 내가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사설을 늘어 놓으면
여행은 언제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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