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 트롬소 여기저기
트롬소는 인구 오만의 아주 작은 도시이다.
그러니 별로 구경거리도 없고 꼭 들려야 할 곳이 마땅치 않은 곳이다.
하기야 파리에 가면 누구나 들리는
루브르 박불관에도 들어가지 않은 내가
트롬소에서 갈 곳은 딱히 없었다.
어둠이 걷히니 사위 분간은 되었고
우리는 호텔을 나와 그냥 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중심지는 그런대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
천천히 걸으며 이런 저런 가게들과
가게가 자리한 건물 같은 것들을 천천히 살펴 보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유명한 전시물 앞에서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할 필요도 없이
그저 무심히 걸었다.
어느 가전 제품을 파는 가게를 지나쳤다.
아무리 눈을 씼고 둘러 보아도
한국의 삼성이나 LG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미국에 처음 이민 와서 얼마간은 한국 제품이라고는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90년도 전후 해서 포니가 엑셀이라는 상표를 달고 미국 땅에 상륙했다.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농지거리의 대상 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더니 이제는 미국이나 카나다 어딜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차가 바로 현대와 기아다.
(나도 현대 2007년 형 투싼을 사서 아직도 타고 있다.)
삼성과 LG는 또 어떤가?
처음에는 매장의 한 귀퉁이에서 움추리고 있더니
이제는 가장 좋은 자리를 마치 도배라도 한 것처럼 점령하고 있다.
우리가 부끄럽게 여기던 김치는 또 어떤가?
그 냄새와 맛 때문에
미국에 와서 이십 년 넘는 세월 동안
마치 죄 짓는 것처럼 숨어서 몰래 먹던 음식이
이젠 아주 자랑스런 건강식이 되어 한국의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미국의 젊은 친구들은 내가 일하는 세탁소에 와서도
어디서 김치를 구할 수 있냐고 물어볼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어로 물어보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노르웨이의 트롬소,
그것도 지구에서 북극과 가장 가깝다는 그 도시에서는
한국의 체취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일본 차들은 제법 많이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도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보면 이렇게 탐색전을 하지 않는가.
고향이 어디며
어느 학교를 나왔으며,
직장은 어디며---- 등등.
무언가 공통점을 찾아 관게를 심화하려는 노력.
그런데 트롬소에는 그런 게 별로 없었다.
가게들은 대충 한가했는데
부츠를 파는 가게와
스키 용품을 파는 가게는 아주 바빴다.
물론 겨울철이니 그럴 것이긴 하지만
길거리의 사람들을 보면
100%라고 해도 좋을 것처럼 한결같이 부츠를 신었고
털 딜린 후드가 딸린 파커를 입고 있었다.
다행히 내 복장도 그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이
그 풍경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레 흘러들 수 있게 해 주었다.
한 30여 분 걷고 보니
도시 탐방은 끝이 났다.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풍경들이긴 했지만
좀 걸으니 기분이 상쾌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예약 없이는 식사를 할 수 없다는
(마님은 이 대목에서 힘을주었다.)
그 유명한 식당에서의 점심 시간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가 미리미리 예약을 해 놓고
우리에게 예고편까지 보여준 그 식당은 바로 호텔에서 3-4 분 거리에 있었다.
결국 그 식당은 우리에게
트롬소에서의 시간을
잘 빚은 막걸리처럼 걸직하게 발효시켜준 셈이었다.
(식당 이야기는 다음 편에--- )
아문젠 동상 앞에서.
아내는 멀리서 보고 혹시 아문센 동상이 아닐까 했다.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난 국민학교 지리 시간에 배웠던
북극 탐험가 아문센 기억이 났다.
박사님이신 동서는
"뉘시더라?" (동서에 대한 약간의 우월감)
미지의 땅을 처음으로 가는 아문센의 마음 같은 건
아랑곳 없이 이름 외우기에 급급했던
시간들.
학교 공부라는 게 그랬다.
지금까지 아문센을 몰라도 잘 살아왔다.
몰라도 되는 걸 외우느라 허비한 시간들.
마님은 살짝 얼음이 덮인
동상 기단에 'S + B'라고 새겼다.
둘째 Stella와 사위 Brian의 첫 자다.
그리고 이 사진을 둘 째에게 전송했다.
(숨은 글씨 찾기)
엄마가 거기 있음을 알리고
딸을 기억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마음이 보인다.
공부란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마음을 보고
마음을 주는 것이 공부다.
마님은 삶의 스승이시다.
노르웨이 교회
나무로 지어졌다고 한다.
맞으면 거저 줍니다.
가게 앞에는 불을 밝혀 놓는다.
문이 열렸다는 뜻이리아.
아마도 전기가 들어오기 전의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듯.
악기점
왼 쪽에는 한 남자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오른 쪽에는 판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사진관.
프랜차이즈인 듯.
증명사진 같은 걸 찍어주는 것 같았다.
타이 맛사지 숍 유리창에 붙은 포스터
두 여인이 동시에 나를 보고 웃고 있다.
'여행 이야기 > 노르웨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르웨이 여행 - 트롬소 둘째 날 저녁 (0) | 2016.02.02 |
---|---|
노르웨이 여행 - 식당 'Emma' 이야기 (0) | 2016.01.31 |
노르웨이 여행 - 트롬소에서 둘쨋날 아침 (0) | 2016.01.30 |
노르웨이 여행 - 트롬소에서 오로라를 보다 (0) | 2016.01.29 |
노르웨이 여행-트롬소 도착 (0) | 2016.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