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트롬소 도착
오슬로에서 트롬소 행 비행기에 오르며 난 아내에게 말했다.
"아니 왜 일등석으로 예약을 하지 그랬어?"
아내는 그냥 웃기만 했다.
일등석이고 비지니스고 이코노미라는 차별이 없는
아주 평준화 된 비행기였던 것이다.
칸을 굳이 나누기도 쑥스러울 정도의 규모의 그 프로펠라 비행기는
인도 사회의 카스트라는 신분 제도처럼
이코노미 석으로 운명지어진 것으로만 알았던,
내게 묘한 평화로움을 안겨 주었다.
늘 부러움의 대상이고
또 질시의 대상이었던
커텐 건너의 세상이 보이지 않으므로 해서 얻어지는 상대적인 풍요로움과 안정감.
같이 여행을 한 승객들이 이상하게 친근감이 들었다.
난 비행기 여행을 하는 동안
잠시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비록 이코노미 석이긴 하지만
비행기를 탈 수 있음은 또 얼마나 큰 축복인가.
돌아오는 일요일이면 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물론 이코노미 석이다.
비행기 삯도 사실상 조금 부담이 되기는 한다.
돈이 없어서,
혹은 신분 문제나
이런 저런 이유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사람과
이코노미 석일지라도 한국행 비행기를 탄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거리는
비행기가 완전히 이륙을 한 후
지상과의 거리 2만 피트의 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난 한국으로 가면서
이코노미 석에 앉아서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이다.
화장실 순서를 기다리며
커텐 저 쪽의 널널한 화장실을 넘보지도 않을 것이다.
여행은 때로 일상의 늪에 빠져 살다가
새로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지평을 열어준다.
더 낮아지고
더 작아지기 위해서라도 여행은 계속할 것이다.
비록 내 눈길은 저 위를 향하더라도
마음은 저 낮은 곳에 두어야 하는 것임을-----
프로펠러 비행기는
제트 비행기의 그것처럼 매끄럽지 못하고 툴툴거리긴 했으나
별로 흔들리지 않고 제 길을 날아
아주 눈 위의 썰매처럼 매끄럽게
트롬소 공항에 착륙했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가 주는
부드러움과 따뜻함으로
나는 오슬로에서 트롬소까지의 그 비행을 나는 기억할 것이다.
트롬소에 도착한 것이 오후 네 시경이었을 것이다.
(난 워낙 시계가 없는데다가 전화기도 싸용하질 않아서 시간에 대해서 별로 자신이 없다.)
북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이미 어둠을 경험한 바라
어둠에 둘러 쌓인 풍경이 그리 낯설진 않았으나
그 시간이면 아직 밤이 되기 이른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오후에 이미 밤을 경험하는 일이 영 낯설었다.
오후에 이미 밤을 사는 세상.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트롬소 공항은 한국 지방의 고속버스 터미날 정도의 규모가 아닌가 할 정도로
작고 또 조용했다.
하기야 우릴 거기까지 실어다 준 비행기도
고속버스보다 크다고 선뜻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작았다.
승객 수도 아마 고속버스 정원을
가까스로 채울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나도 내 기억력을 믿지 않으니 그 느낌만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공항엔 트롬소를 대표하는 오로라 사진이 걸려 있었다.
우리는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 로고를 따라 유리로 덮인 통로를 천천히 걸었다.
택시를 잡기 위해 서두를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넷이서 함께 여행을 다니며
얻을 수 있는 혜택 중 하나가
별 부담 없이 택시를 탈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웬만 하면 버스나 지하철 타는 것보다
비용이나 효율성이 좋다.
단 두 군데 예외가 있었는데
한 곳은 파리다.
택시 요금에다가 두번 째 승객부터는 사람당 1유로 추가,
그리고 짐 하나에 1유로씩 더 받았다.
또 한 군데가 이탈리아의 나폴리다.
거기는 택시 기사가 엿장수다.(요금은 기사 맘대로)
우리를 태운 기사는 30대로 보이는 노르웨이 여성이었는데
영어를 아주 잘 했다.
영어는 학교에서 배운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노르웨이 이곳 저곳을 다니며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호텔까지 10 몇 분이 걸리는데
그 동안 우리는 그 동안 하지 않았던 트롬소 공부를 벼락치기로 했다.
인구며 기후, 오로라에 관한 요점 정리를 통해
우리는 노르웨이 트롬소에 대한
적응 및 생존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겨울에 해가 뜨지 않는 것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들었다.
1월 말인가 2월이 되어야 비로소 해를 볼 수 있는데
우리가 그 곳을 방문할 때는 해를 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sun light'는 볼 수 없어도 태양빛의 영향으로
'day light'는 서너 시간 지속된다는 것이었다.
백문이 불여 일견.
다음날 보니 오전 11 시가 지나며
하늘이 좀 밝아지더니
한 서너 시간 해 뜨기전 아침 기분을 경험할 수 있었다.
궁금한 사실을 묻고 대답을 듣는 동안
우리를 태운 택시는 눈 덮인 길과
터널을 지나더니
그렇지 않아도 한적한 트롬소의 고요한 바닷가의 한 호텔에 멈추었다.
택시에서 내리니
얼굴에 척척 달라붙는 냉기가 우릴 맞았다.
우리는 비로소 '겨울왕국'에 도착한 것이었다.
트롬소 공항
트롬소 관문인 공항에서부터 시작해서
트롬소 전역은 오로라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고 보면 대충 맞을 것이다.
택시 타는 곳에서 보니
반짝이는 물고기 상이 있는데
연어가 아닐까 하고 짐작해 보았다.
짐작은 짐작일 뿐----
연어가 넘쳐난다.
아침 식사 메뉴에도 연어 스테이크, 훈제 연어 등
노르웨이 어는 곳에서도 연어는
원하면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문제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
트롬소 뿐 아니라
노르웨이는 산악 지형이라
여러 도시에 이런 터널이 많다.
터널이 일직선이 아니라
사방으로 뚫린 곳도 있어서 신호등 있다.
눈이 많이 내려도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호텔 로비에 있는 남자 상.
동일 인물인 듯한 상이 호텔 밖에도 벌거벗은 채 서 있다
그 추운 날씨에----
베행기 안에서 목이 말랐지만 참고 있다가
공항에 내려서 마신 이 물
빙하가 녹은 물이 아닌가 싶었다.
얼마나 시원하고 맛이 좋던지 연거푸 두 잔을 마셨다.
내 몸에 맑고 푸른 피가 도는 것 같았다.
'Blue is the warmest color'
아주 볼 일이 급한 사람들을 위한 화장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이 화장실이 눈에 들어온다.
출구 쪽으로 가면서
화장실의 로고는 일반적인 것으로 바뀐다.
일보러 가면서
아무리 급해도 잠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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