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 트롬소 둘쨋날 아침
우리는 트롬소에 도착한 첫 날 바로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었다
쇠뿔도 단 김에 빼랐다고
노르웨이 여행의 알파요 오메가인 오로라를 보았으니
야구로 치면 첫 회에 콜드 게임승을 거둔 것이나 진배 없었다.
이미 본전을 다 뽑았으니
집으로 돌아가도 여한이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바로 집으로 돌아갈 사람으로 보였다면
오판이다.
그래도 앞으로 이틀을 트롬소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첫날부터 오로라를 본 게
억울한 느낌마저 들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지만 이럴 때 인간성이 나타난다.)
사실 볼 것도 별로 없는
트롬소라는 작은 도시에 3일을 할애한 것은
오매불망 오로라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아주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같은 밴을 탔던 브라질에서 온 젊은 남녀는
아이슬란드에서 보지 못한 오로라를 보기 위해
춥고 바람 부는 밤에
차 밖으로 나가면 돌아올 줄 몰랐다.
그러니 우리 경우는 초짜 낚시꾼이 처음 낚싯대를 던지자
바로 큰 고기가 물린 셈쳐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그러니 감지덕지
앞으로의 모든 여정도
최고 존엄이 지도하시는 대로 따르기만하면 될 것이다.
오로라를 본 흥분을 가라 앉히고 얼마간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꿈 속에서도 오로라는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자는 둥 마는 둥 황홀경을 헤매다 빠져나와 눈을 뜨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아침이어도 한 밤중 같은 어둠은 그대로 였다.
나는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한 시간 반 정도 바닷가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호텔로 돌아와서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 갔는데
정말 놀랐다.
미국 뿐 아니라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그렇게 거창한 아침 식단은 일찌기 경험한 바가 없었다.
오믈렛도 원하는 대로 할라뻬뇨며, 버섯, 토마토 등등을 넣어서 만들어주고
빵 종류도 크로쌍부터
갖가지 식빵과 대니쉬까지
없는 것 빼고는 다 갖춰져 있었다.
시리얼도 종류별로갖추어져 있었고 ,
넛(견과류) 종류도 아주 풍성했다.
그것은 베르겐에서 묵었던 호텔이나
오슬로 호텔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호텔마다 제공되는 아주 풍성한 아침 식사가
노르웨이에서는 아침을 거하게 먹는 것이
전통일 것이라는 가정을
내 마음대로 해 보게 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리고 연어도 풍년이었다.
연어 스테이크, 훈제 연어,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런데 연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 내가 별로 좋아아지 않으니까.
그런데 무엇보다도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건 아무래도 삶은 달걀이다.
나는 왜 삶은 달걀을 좋아할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대답 거리가 영 시원찮다.
그냥 좋다.
사랑은 해답이 없다.
무조건 좋으니 좋은 거다.
본질에 앞선 실존만 있을 뿐이다.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질문을 했다.
삶은 달걀(boiled egg)을 영어로 번역 하면?
한 똘똘한 아이가 대답했다.
"Life is an egg."
그렇다 삶은 달걀이다.
껍질 속에 그냥 갇혀 있다가
달걀은 삶은 달걀(Boiled egg)이 되기도 하고
달걀 후라이가 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껍질을 깨고 나와 병아리가 되기도 한다.
그것을 나는 부활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살아나는 것 뿐 아니라
차원을 달리해서 생명을 부여 받는 일.
말하자면 애벌레가 껍질을 깨는 아픔을 통해
나비가 되는 것과 같다.
나는 내 인생에서
이렇게 껍질을 벗고 새로이 부활한 적이 있었던가?
있었다.
(아마도 언제고 나와 조용히 앉아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그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나는 삶은 달걀 두 개를 집어
정성껏 껍질을 까서
아주 맛나게 먹으며 헤르만 헷세의 소설 '데미안' 중에 나오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명제를
다시금 곰씹어 보았다.
삶은 달걀이다.
흐뭇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음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섰다.
저 다리를 한 번 걸어서 건너고 싶다는
원을 세웠다.
뭔가 새로운 세상이
저 건너 편에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그리고 주변 풍경.
저 배를 타고 고래 구경을 하러 바다로 나가는 것 같았다.
고래 잡을 것도 아니고
우린 포기.
고래를 잡으려면 아무래도 '동해'로 가야 한다.
호텔 부근엔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버스도 한 번 타고 싶었는데 --
다리 건너 편의 교회가 눈에 띄었다.
빛을 주제로 건축된 교회일 것이다.
트롬소에서는 꽤 유명한 건축물이라고 짐작되었다.
택시 기사가 추천한 식당.
호텔 바로 옆에 있는데
예약 없이 갔다가
아주 친절한 거절을 당했다.
아침이라고 해도 어두웠다.
사람들은 출근 길에
이 곳에서 커피와 함께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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