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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노르웨이 여행

노르웨이 여행 - 트롬소 둘째 날 저녁

노르웨이 여행 - 트롬소 둘째 날 저녁


찝찝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 채 우리는

Emma 식당을 나왔다.

거리는 이미 컴컴한 어둠이 밀려와

한 밤중 같이 어두웠다.

딱히 더 할 일도 없어서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저녁 시간까지 쉬기로 했다. 

나는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전 날 찍은 오로라 사진을 보며

새롭게 감흥에 젖었다.


우리는 저녁 식사로 

점심 때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해

버거킹에서 버거를 사다 먹었다.

미국에서 먹던 버거킹의 버거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물이 빈약하긴 했지만

가격은 훨씬 비쌌다.

얼추 두 배는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도 'Emma'의 그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마켓팅 교수인 동서의 말대로

프랜차이즈 식당의 맛은 세계의 어느 곳을 가든지

균일화 되어 있어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맛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값은 훨씬 비싼데도

미국의 버거가 우량아라면

노르웨이의 버거는 허약 체질을 하고 있었다.

노르웨이에서 별로 뚱뚱한 사람을 보지 못한 까닭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녁을 비싼 실비(?)로 해결한 우리는

빛나는 모습으로 우리 마음을 비추던

다리 건너의 교회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다리 위를 걷자면

그렇지 않아도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몰아쳐

무척 추울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우리의 걱정은 기우였다.

그냥 추위 뿐이어서

바람이 가세해서 우릴 더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다리를 거널 때면 난 경건해지곤 한다.

알지 못하는 세상을

다리를 통해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리는 무엇인가.

다리는 그 다리를 지나는 존재가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자기 등을 낮은 자세로 쥽히고 있는 존재이다.

많이 밟히면 밟힐 수록

다리는 더 숭고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되어간다.


그래서 난 걸어서 다리를 건널 때

가능한 사뿐히 걸으려고 애쓴다.


세상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이 세상으로 하나의 생명을 건너오게 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어머니다. 

어머니는 신의 영역에 속하는 생명과 연관이 있으므로

정말 거룩한 다리다.

어머니라는 말 앞에서 

세상은 아주 경건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 빛나는 교회에서

다시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연 이틀 오로라를 본 우리는

돌아와서 행복한 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둘쨋 날 밤의 오로라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순전히 발품 팔아서 보았기에

그 감격이 아주 특별했다.




다리 난간의 철망에는 띄엄 띄엄 자물통이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을 대변하며

걸려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



가운데는 차량 통행.

한 쪽은 보행자,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자전거를 위한 길이 있다.


아주 예스런 공중전화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