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 Blue is the warmest color
오슬로에서 트롬소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오슬로는 낮이었지만
사그락 사그락 눈이 내리고 하늘은 어두웠다.
비행기가 공중으로 솟아 오르며
구름에 가린 땅 위에 눈을 뒤집어 쓴 침엽수 숲들이
흐릿하게 창 밖에 나타났다.
안경에 김이 서린 것 같이 흐릿한 참 밖의 풍경을
넋놓고 바라보며 한 30여 분 날았을까,
하늘이 개면서
태양빛이 살짝 먼 하늘에 밝고 옅은 빛의 띠를 드리웠다.
하늘은 푸른 빛을 띠었다.
북쪽으로 가면서 하늘빛은 푸르름의 농도가 점점 더 짙어졌다.
마치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았다.
푸르름이 깊어갈 수록 내 의식도 산소부족인 것처럼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나 어디로 가는 거지?-
'Blue is the warmest color'
고등학생인 아델은 어느날 길에서
미술 전공의 파란 머리의 에마와 스쳐 지나간다.
에마는 내 기억으로 눈 빛도 파랬던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에마를 만난 아델은 그녀와 깊고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두 여인의 마음에 거리가 생길 무렵
에마의 머리 색도 바뀌기 시작한다.
영화 전편을 지배하는 푸른 색.
에마의 머리 색깔은 물론
앉아 있는 벤치의 색깔,
카페의 불빛,
나중에 에마와 헤어질 때 입은 아델의 옷 색깔까지
영화는 푸른 빛을 띄고 있다.
특별히 에마가 바다 위에 누워 있는 장면은
내 머릿 속에 푸르게 남아서
지금도 떠다니고 있다.
바다는 물이고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아델은 에마를 사랑한 것일까?
아니면 푸른 색을 사랑한 것일까?
푸른 색이 상징하는 생명이나 모성 같은
존재의 근원에 마음이 끌린 것은 아닐까?
그 푸른 색은
에마로부터 아델에게로 전이되고 있었다.
푸른 색이 사라진 에마와 헤어질 때
아델은 푸른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사랑을 일깨우는 색 - 불루
그래서 'Blue is the warmest color'인 것이다.
빛은 사라지고
점점 짙푸르게 변해가는 하늘을 보며
나는 깊은 바닷 속으로 가라 앉는 것 같았다.
죽음은 아주 짙은 불루가 아닐까.
죽음은 생명의 가장 깊은 곳으로 돌아가는 일.
나의 죽음도 그렇게 짙푸른 하늘처럼
따스할까?
그렇게 서서히 푸르름 속으로 가라 앉다 보니
비행기는 지상에 내려 앉았다.
그리고 밖은 푸른 밤에 둘러 쌓인
겨울왕국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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