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이 계획된 것은 작년 11월 초였다.
내가 예전에 오로라가 보고 싶다고 했던 말이 씨가 되었다.
그 추운 북극 가까이에 위치한 노르웨이를,
그것도 1월에 여행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아무래도 싼 비행기 덕이었다.
왕복 400달러.
그래도 그렇지 한 겨울에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 중의 하나인 노르웨이를
여행지로 꼽은 것은
작년에 다녀온 스페인의 풍차 마을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의 좋은 점은 우리가 알지 못하던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배움을 얻는 것이 아니던가.
풍차를 향한 돈키호테의 저돌적인 공격을 우리는 배웠던 것이다.
뭐 생각도 많이 아니 하고 우린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1월 10일 출발.
1월임에도 거의 종일 폭우가 쏟아지고
그러더니 쌍무지개가 떴다.
그것은 어떤 계시 같은 것이었다.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에서는 무지개를 볼 수 없는 법.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삶은 선택이다.
오로라를 보지 않겠다면 추위에 떨 필요도 없다.
오로라를 보려면 북극이나 남극 가까이 가야 하고
그것도 어둔 밤이 긴 겨울에 가야 한다.
삶은 옳고 그름이 아닌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비염 때문에 하루 종일 고생을 했다.
비행기를 타면 그 고통은 더 깊어진다.
늘 즐겁고 경쾌하게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언제고 무엇인가는 자꾸 냐 앞을 가로 막는 것들이 있다.
그래도 떠난다.
새로운 세상은 떠난 자만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공항에 비교적 일찍 도착한 우리는
비행기가 연발하는 바람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내 목부터 머리 전체는 온통 통증이 점령햇고
특히 눈은 내 몸에서 마구 이탈하려는 것처럼 아팠다.
우리는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에
미리 사가지고 간 김밥과 공항에 있는 매점에서
컵라면과 컵 우동으로 저녁 식사를 했는데
그건 내가 여행에서 돌아올 때까지 한 식사중 단연 최고였다.
그럭저럭 시간이 되어서
비행기에 올랐는데
비행기가 참 작다는 인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 양 쪽으로 좌석이 세개 씩 있었는데
그렇게 작은 비행기는 타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우리가 탄 노르웨이 항공사는
나중에 알고 보니 세계적으로 알려진 저가 항공사였다.
원하는 좌석을 얻으려면 돈을 더 내야 하고
짐 하나에 몇 십 달러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하며
심지어는 커피 같은 것도 돈을 주고 사 마셔야 한다.
물도 달라고 해야 주지 스스로 마시라고 주는 법이 없다.
처음엔 그 인색함에 어이가 없고 짜증도 났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합리적일 수가 없는 것이다.
낭비를 줄이고 자연과 자원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정신은
비행기 회사 뿐 아니라 노르웨이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일주일 동안의 노르웨이 여행을 하면서 엿볼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니 기장이 뉴욕에서 오슬로까지의 거리가 3,685마일이라고 했다.
킬로 미터로 환산하면 거의 6천 킬로 미터의 거리다.
뉴저지 집에서 부르클린의 가게까지의 거리가 30마일이 조금 넘는다.
왕복 65마일 정도 되니
두 달 동안 집에서 가게까지 왕복해야 하는 거리다.
기장의 입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지리 교과서 안에서 가만히 잠자고 있던 스칸디 나비아 반도가
눈을 번쩍 뜨고 책에서 걸어나와 아는 척을 하며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슬로까지는 6 시간 30 여분이 걸린다고했다.
눈을 감아보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잠 속으로 깊이 가라앉을 수는 없었다.
몇 차례 고개를 좌우로 떨구다 그것도 힘이 들어 아예 눈을 떴다.
창문 박으로 붉은 빛이 보였다.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카메라를 꺼내 비상구 옆으로 가서
사진을찍기 시작했다.
구름 위에서 보는 태양빛은 장엄하다 못해
거룩할 지경이었다.
얼마간 사진을 찍다 보니
머릿 속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한동안 황홀한 태양을 바라보다 보니
다시 창 밖엔 짙은 어둠이 찾아 왔다.
그리고 밤으로의 긴 여로 끝에
우리는 오슬로 공항에 도착했다.
구름 위에서 보던 태양 때문에 맑을 줄만 알았는데
구름 밑으로 내려 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지상에 있는 사람은 구름 위의 밝은 태양을 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구름 위에 있는 사람은
눈이 내리는 세상을 보지 못한다.
길을 떠나는 여행은
늘 나에게 겸손하라는 가르침을 준다.
떠나지 않으면
산 너머 물 건너의 세상을 알 지 못할 뿐 아니라
자기라는 감옥에 갇혀 살게 된다.
그래서 길은 언제나 나의 스승이다.
오슬로에 도착했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과 함께
멀리 머리에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침엽수 숲이 창을 스쳐 지나갔다.
오슬로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끝이 하얘졌다.”
이렇게 시작하는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소설 첫 머리처럼
구름 밑으로 내려오니
오슬로는 '설국'이었다.
우리는 오슬로에서
우리의 여정을 시작했다.
JFK
기다림에 지쳐서 카메라로 장난하다.
형광등이 만든 패턴.
내 청바지.
Banana Republic
3년이 수명이다.
곧 이별할 때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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