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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일요일 사진 일기

일요일,

맨하탄 Park Avenue Armory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가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몸의 컨디션이 아주 좋질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몸의 상태가 좋아도

연주회에 가는 일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불후의 명곡'을 보거나 손녀 Sadie와 노는 것이 

New York Phil의 연주를 듣기 위해 링컨 센터에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좋으니 말이다.

흔히 말하는 '꼰대'의 경지에 이르렀나 보다.

모처럼 마님 행차 하시는데

그래도 에스코트는 해야 하는 것이 의무이고 매너이다.





집을 나서기 전 거울을 통해 본 자화상.

view finder에서 눈을 떼고 찍는 거라

각을 잘 잡으려고 긴장한 표정.


언제나 무심하게 나를 볼 수 있을까?



Park Avenue 초입.

열 두시가 다 되었는데도 뿌연 안개 같은 것이 끼어 있다.

겨울 날씨치고 너무 푹해서 그럴 것이다.



운이 좋게도 Armory 몇 블락 떨어진 

2 Ave.에 차름 파킹할 수 있었다.

파킹 요금 $.30.00 정도 굳었다.

일요일이니 시간 제한도 없고------

마음 같으면 밤 늦게까지 멘하탄에 머물다 가고 싶다.

공짜로 얻은 행운을 오랫 동안 즐기고 싶은 꼰대의 심성이 이럴 것이다.




길 옆 아파트 앞에서---

건물마다 제법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하기야 이 곳 건물값이 어마어마할 텐데

이 정도야 소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유한 동네라 그런지

화단에도 신경을 쓴 것 같았다.

크리스 마스 트리를 세워둔 곳도 있고,

빈 공간엔 솔가지로 덮어서인지

생나무 가지에서 나는 솔향기가 거리에 은은하게 퍼졌다.




윗 사진에 나온 건물이 아마도 Hunter's College일 것이다.

Teacher's College(사범대)가 유명하고

중학교는 명문이라고 들은 것 같다.

시험을 통해 학생을 뽑는-----




드디어 Park Avenue Armory  건물이 보였다.

Armory는 아마도 주 방위군 연대 본부가 아닌가 싶다.

건물 안에 7연대인가 9연대라고 써 있는 걸 본 것 같다.

Park Avenue와 Madison Avenue 그리고 66st.과 67st.


땅값이 얼마나 될까?





건물 옆에서는 크리스 마스 트리를 팔고 있는데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Brooklyn의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땅값이 비싸니 당연 물가도 높다.



Armory  건물의 정면.



건물 정문 앞데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몇 그루 있었다.



연주자인 Igor Levit.

공연 주최자인 Marina Abramovic의

포스터




육중한 문에 나 있는 작은 창문.





창문에 비친 



문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바퀴가 닿는 곳까지 이어지는 바퀴의 길.


내가 갈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나는 내가 갈 수 있다고 믿는 곳까지 길을 내며 살고 있는지.

길이 있음에도 가지 않고 감옥처럼 그 곳에서 멈추어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떤 이들은 새로운 길들을 만들어가며 살고 있을 터.




공연 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근처에 있는 Central Park에 가서 잠시 걷다오려고 길을 떠났다.

지하에서 뿜어나오는 연기가 건물 사이에서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연기에 햇살이 비치며 강한 명암의 콘트라스트가 생겼다.

결정적인 순간 포착을 위해 기다렸지만 

연기는 혀만 날름거리며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를 떠났다.

Central Park가 바로 다음 블락에 있는데

결정적 순간 기다리다

구경도 못하고 그냥 돌아가게 생겼다.




Central Park 동물원 부근.

노란 나뭇잎이 아직도 나무에 붙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숱이 많은 채로.

아니, Central Park는 아직도 가을이었다.







바람이 부니

낙엽이 우수수

눈대신 내렸다.

 


공원 안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아마도 따뜻한 날씨 탓이리라.

반팔 셔츠, 반바지 차림부터

사람들 복장으로만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그 안에 있었다.




간단한 인형극과 입담으로

꼬마 관객들을 불러 모으기도 하고



이렇게 묘기로 사람들의 시선 끌기도 하고--



동물원

숨은 그림 찾기.





벤치 뒤 나무 세 그루

아직 가을이 한창이다.

노란 나뭇잎.

해가 잘 닿지 않는 곳은 아직 초록 빛깔도 난다.



 

경사진 바위에서는

아이들이 미끄럼을 즐기기도 하고---




굴다리에서 한 노인이

색스폰을 연주하는데 색스폰에 쇠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굴 안에서 소리가 반사되어서 그런지

아주 그럴싸한 소리가 났다.

사람들은 눈길 한 번 주거나

아니면 그냥 풍경의 일부를 지나는 것처럼

무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가 연주하는 재즈는 길게 그림자를 남기는 햇살처럼

우울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녀도

한 번도 밟지 않는 길의 한 부분.




공연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Armory로 돌아갈 시간.

프렛즐 굽는 연기가

요란했다.


먹는 걸 파는 상인들의 주머니는 

그날 저녁 아주 두둑했을 것이다.


명랑하기만 한 연기 사이로 

노인이 불던 색스폰 선율이 들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날이 따뜻해도

머지 않아 추위가 찾아올 것이다.


색스폰을 불던 노인의 겨울이 그리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내년 봄에는 

반짝이는 색스폰에서 조금은 밝은 선율이 흘러아왔으면 좋겠다.


날은 따뜻해도

12월의 짧은 해가 뉘엿뉘엿

높은 빌딩들 사이로 넘어가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바라본 Park A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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