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인가에 처제가 말했다.
노르웨이 항공권을 구입한다고.
내년 여행의 목적지가 노르웨이로 이매 결정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시기는 2016년 1월 초라고 했다.
1월이면 한 해 중 내가 제일 한가한 때이니
나를 배려해서그리 정한 것 같았다.
그 동안 무슨 모의가 있었는지 나는 짐작도 하지 못한다.
내가 언젠가 오로라를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을 듣고
아내와 아랫분들(?)이 모의를 한 것 같다.
일종의 알아서 기는 행위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무슨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한겨울의 노르웨이 여행은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가 없었다.
1월의 노르웨이는 그야말로 겨울왕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추운데다가
아침 해는 10 시나 되어야 얼굴을 내밀고
오후 서너 시가 되면 뭐가 그리 급한 지 급히 그 꼬리를 감춘다고 하니
구경 좋아하는 내가 제대로 구경도 못할 그런 곳이다.
한 겨울에 그것도 북극 가까운 노르웨이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사진에 미친 사람이들이나 과감히 지를 수 있는 그런 성질의 여행이다.
누차 밝힌 것처럼 나는 사진에 미친 사람이 아니다.
Serious Photographer가 아니라 완전 Casual이다.
찍고 싶으면 찍고 아니면 말고.
그러니 여행할 때처럼 온전히 다른 것에 신경 쓸 일이 없을 때
주로사진을 찍는다.
어땠든 이미 결정되었으니
노르웨이에 가서
멋진 오로라 사진 몇 장 찍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렌즈로는
밤하늘의 오로라를 찍는 데 한계가 있어서
큰 맘 먹고 렌즈를 하나 구입했다.
이것이 아내를 기쁘게 만든 것 같았다.
내가 미약하지만 무언가 반응을 보이니 그것이 기특해 보였던 모양이다.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씀까지 덧붙히며
흐뭇한 속내를 드러내셨다.
그런데 이 렌즈가 성능은 좋은데
문제는 전부 수동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자동에 얼마간 익숙해진 내가
다시 뒷 걸음 쳐서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함을 의마한다.
이미 흐려진 눈으로 렌즈의 링을 돌려
촛점을 맞추는 일부터 쉽지가 않다.
게다가 노출이며 심도 같은 것을 수동으로 해야 하니
머리에 쥐가 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내가 이장난감의 장난감이 되어야 함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동급 렌즈의 1/3 정도의 가격을 보충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비로소 내 장남감이 되는 삶의 법칙.
그래야 우리 삶이 공평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장난감의 장난감이 되어 놀아주어야 겠다.
(오늘 아침 새 장난감으로 찍어본 사진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 (0) | 2015.12.12 |
---|---|
Portland의 Headlight 등대 (0) | 2015.12.10 |
가끔은 멈추어 서서 돌아보기 (0) | 2015.12.01 |
Rachmaninoff Festival (0) | 2015.11.25 |
돈세탁 (Money Laundering) (0) | 2015.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