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가 크리스 마스다.
한 해의 마무리가 이루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 미루고 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이웃들과 나누는 것도 요즈음이다.
연말이 왔어도 따뜻한 날씨 때문에 의식하지하지 못했었는데
하루에 몇 차례씩 세탁소에 들려
새해 달력이 있냐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연말이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달력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정말 VIP 손님들은 말이 없다.
5-6년 전부터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던
달력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12월에 접어들면서 재정 적자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한창일 때는 적자를 걱정하지않았는데
이제는 12월이면 거의 매 주 적자가 난다.
다행히 올 해는 따뜻한 날씨 덕에 적자를 면하고 있긴 하지만
손님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 한 손님이 일부러 찾아와
보온 커피병을 놓고 갔다.
나는 같은 브랜드의 보온 커피병을 꽤 오랜 동안 애용하고 있는데
정말 우수한 제품이다.
게으른 내가 아침에 커피 두 잔을 내려서 출근하는데
아침에 일이 밀려 바빠서 바로 커피를 마실 형편이 되지 않아도
서서너시간은 거뜬히 보온과 진공이 되니
한숨 돌리고 마셔도 여전히 따뜻하고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그러니 내게 행복한 아침을 보장해주는
이 보온 커피병에 대한 나의 애착은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을 정도이다.
보온 커피병을 놓고 간 그 손님은 20년이 넘게
우리 가게의 손님이다.
날씬했던 처녀 적부터 건강미(?)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아줌마가된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우리 세탁소를 이용한다.
고마움을 표현해야하는 건 오히려 내 편임에도
그녀는 내게 보온 커피병을 선물했다.
(그녀는 요즘 바로 그 보온 커피병 회사의
마켓팅 담당자로 자리를 옮겼다.)
내 돈 주고도 살 수 있는 것이지만
이런 경우의 보온 커피병은
커피를 마실 때면 두고두고 그녀의 따뜻한 마음까지 마시게 되니
세상에서 둘도 없이 훌륭한 선물이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그녀가 선물한 보온 커피병에 커피를 담아 마시며
이웃들에게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까 하고
곰곰히 생각하고 있다.
입 안의 커피가 향기로운 12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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