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 졸업식을 마치고 시간이 남았다.
이런 경우 시간이 남는다는 건 참 황당한 일이다.
딱히 해야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파트를 아직 배정받지 못해서
두 시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공연히 이곳 저곳을 배회하다가
방을 배정받고서
우린 민기의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South Carolina에는 이런 Palm Tree가 많다.
자동차의 License Plate에도
이 나무의 다지인이 포함된 것도 꽤 눈에 띈다.
Paris Island 신병 훈련소의 가로수.
이렇게 합심을 해서
민기의 이삿짐을 날랐다.
세 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Savannah의 Vic's Restaurant의 뒷 면.
큰 아들 친구의 형이 Vic's라는 식당을 추천했다.
그는 이 곳의 Gulf Stream이라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식당 Vic's는 우리가 전 날
잠시 스쳤던 식당이었다.
전 부 4층이었는데 모두 같은 식당인 듯 했다.
강 옆의 Riverside의 입구는 1층으로 들어가고
건물의 뒷 쪽으로 난 입구로는 건물의 꼭대기인 4층으로 통한 것 같았다.
우리는 건물 뒷 쪽을 통해서 들어갔다.
식당의 4층은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어서
전망이 좋았다.
뒷 면의 와인병을 배경으로
쎌카.
전화기처럼 그리 쉽진 않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내 앞 세 사람.
두 남자는 전화기 들여다보기 바쁘고
한 여자는 이야기 하느라 바쁘다.
창 밖의 여자.
뒷 골목
아니 철로 위에 자동차가?
왼 쪽부터 Brian, 큰 아들, 막내
Stella & Brian
Paris Market이라고
Savannah의 명소라고 하는데
난 들어가지도 않았다.
아닌게 아니라 건물 밖의 장식은
파리의 그것과 같았다.
Paris Market의 창 가에 진열된
나무 조각.
마치 살아 있는 동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이스 크림과 쿠키를 파는 가게.
가게 옆 면
삶의 고단함.
주차장 앞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의 우리 식구들 모습.
전화기의 밧데리를 충전하면서
모두들 전화기의 화면을 처다보고 있다.
전화기의 화면을 응시하는라
옆이나 뒤를 바라볼 여유가 없어진 시간을 우린 살고 있다.
난 스마트 폰을 쓸 줄 모르는
스마트하지 못한 사람이다.
함께 있어도 스마트하지 못하면
자칫 외로와지는 그런 세상이 된 것 같다.
비행기는 몇 번 연착하더니만
비행기 기체 결함으로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었다는 방송이 흘러 나왔다.
한 시간 뒤
North Carolina의 Charlotte에서
비행기 한 대가 와서 다시 그,곳으로 우릴 데려다 주었지만
역시 그 날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편은 모두 끊어진 뒤였다.
지영이는 다음 날 잡혀 있던 학생들과의 상담 스케줄을 취소하는
이메일을 쓰고
비행기 회사에 항의 하는 전화를 하느라 바빴다.
아직 포기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열을 받은 것 같았다.
하긴 나도 그랬다.
잘 포기가 되어지지 않던 세월을 보내고 나니
무덤덤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비교적 그런 상황을 견디고 받아들이는 데
그리 껄끄롭지는 않은 나이가 되었다.
이런 경우엔
그냥 참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걸 세월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그것이 세월이 주는 지혜라는 것이다.
푸쉬킨의 시였던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것이.
우린 다음 날 아침 일곱 시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올 수 있었다.
원래 도착해야할 시간 보다 열 두시간 가량 늦긴 했어도
우리 모두는 자기 자리를 찾아서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었다.
젊은 시절엔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을 꼭 해야하는 강박증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 걸 털어내고 나니
삶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빳빳하게 풀을 먹인 셔츠의 칼라 때문에
목이 칼로 벤 것처럼 아프지는 않아진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좀 맥이 빠져서 지나치게 헐렁헐렁하긴 해도
지금의 삶이 훨씬 자유롭고 편하다.
아직도 마음 속엔
자잘한 욕심이나 미련 같은 것들의 부스러기가 괘 많긴 하지만
큰 덩어리들은 많이 버렸다.
버릴 수 있는 것은 다 버리고 내려 놓으라는
예 선사들의 말씀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던
이 번 여행.
여행은 다시 제 자리를 찾아 돌아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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