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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워싱톤의 Smithsonian 박물관 부근의 정원


새로운 곳에서의 밤은 

뒤척임이라는 발로 표현할 수 있다.

깊히 잠들기가 어려우니

낯선 곳에서의 밤은 짧으면서도 길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아침이 되었다.

늘 일어나는 시간이 되니 어김 없이 눈이 떠졌다.

한 뼘 가량 열리는 창문을 열고

사진을 한장 찍었다.

바로 길 건너가 재무성 건물이어서

혹시 돈냄새가 나나 하고 킁킁거리며 

워싱톤의 아침 공기를 들여 마셨다.

부활 아침이어서인지 돈냄새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시원하고 상쾌한 기운이

폐 속으로 빨려들어왔다.

그 상쾌함이 내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핏줄을 타고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정녕 부활의 아침이었다.

모든 아침은 부활이기도 하다.

늘 맞는 아침이긴 하지만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효과가 있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National Press Center의 아랫층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아들의 회사가 있는 곳까지 대 여섯 블록을 걸었다.

호텔 파킹장은 하룻밤에 50달러라고 해서

아들이 전날 밤에 회사 파킹장에 차를 두고 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포토맥 강변을 한 바퀴 산책하는 걸로

워싱톤에서의 일정을 마치기로 했다.




한 뼘 밖에 열리지 않는 창문 때문에 화각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바로 앞이 미국의 돈을 관리하는 재무성.

그 뒤가 백악관.

그리고 그 뒤가 백악관 참모와 보좌관들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



막내 아들 민기.

석달 동안 DI훈련을 받느라 10 파운드가 빠졌다고 한다.

저리 날씬해도 몸을 만져보니 온통 근육 덩어리다.



아들 회사 사무실 앞에서

차를 가지러 간 아들을 기다리며----

올 7월이면 이 회사와도 작별해야 한다.

Law School에 진학해서 학업에 열중해야 하니 말이다.

MBA과정을 하면 회사에서 학비도 대준다고 한다.

물론 무슨 조건이 따르긴 하겠지만---




아들 회사 건너편에 있는 Forever 21

아내에게 길 건너 가서 포즈를 취하라고 했다.


"Forever 21, 딱 당신이네."

아내는 "내가 무슨?"하면서도

씩씩하게 길을 건너가 

순순히 포즈를 취했다.


아내는 마음만은 'Forever 21'이다.



거리 주차를 하고 포토맥 강변으로 방향을 틀고 가다가 

공원을 하나 만났다.

확실하지는 않아도 Smithsonian 박물관을 

관리하는 사무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들도 갓 핀 목련 사진을 찍기 바쁘다.


열흘이 지난 오늘에도

내가 살고 있는 뉴저지에는 

아직 목련이 벌어질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워싱톤과 우리집 사이에는

열흘도 넘는 시간의 틈이 존재한다.

거리만큼 먼 시간의 틈이---



소담스런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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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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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눈 속의 눈으로 보고

귓속의 귀로 들어야 

비로소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스치듯  보고 들어서야 

어디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내가 sns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





벌집처럼 생긴 이 꽃이 참 신기했다.




봄은 아지랑이다


나무가 흔들리고

꽃이 흔들리고

물결이 흔들리고


내 맘이 흔들린다.



막내는 막내다.

무서운 해병대 군인의 장난.

사진을 보고서야 알았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워싱톤 구경이라고는 하지만

함께 있는 순간보다 더 소중한 것은

결단코 

없다.



어느 가족의 행복한 봄나들이




서로 껴안는 시간.

부활의 아침에----


사랑도 아침마다 부활할 수 있다면 좋겠다.





철문 살 사이사이에 자작나무를 배치했다.

차갑고 무뚝뚝한 쇳 덩어리 사이의 나무는

얼마나 온화한가




우린 행복한 정원 거닐기를 마치고

강가로 향했다.


구경은 그냥 들러리일 뿐이다.


 공간은 함께 한다는 것,

그 소중한 시간과 기억을 위한 

배경이고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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