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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Easter Vigil (부활 성야 미사)


올 부활 성야 미사는 워싱턴에 있는

The Basilica of the National Shrine of the Immaculate Conception에서 하기로 했다.

부활절 2주 전에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거기서 미사를 드렸는데

전례가 그렇게 아름답고 장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성목요일에 집에 온 큰 아들과

휴가 중인 막내 아들을 데리고

워싱톤으로 향했다.

부활성야 미사가 오후 여덟 시에 시작되기에

난 무리를 해서 오후 한 시에 가게에서 나와야 했다.

날씨도 좋은데다가

95번 도로도 막히지 않고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다.

아들이 새로 얻은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은 아들 집에서 십여 분 거리에 있었다.

해가 지고 막 어둠이 몰려 오는 시간이었다.


성당은 북미주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규모 면에서는

10번 째 안데 들 정도로 크다.

그리고 아름답다.





차를 주차하고 성당으로 ---

종탑에 조명이 켜졌다.



신자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미사 시작 20분 전인데도 

뒷 줄까지 그 큰 성당이 거의 다 찼다.



돔 형식으로 된 천정엔 성경의 내용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고

성경구절이 쓰여 있다.



이 아이는 엄마를 따라 왔는데

두 시간이 넘는 미사 내내

졸지도 않고 깨어 있었다.

여동생은 잠이 들어 아예 의자에 누웠다.



부활초에 불이 붙히기 위해 석탄에

불을 지폈다.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다시 부활하는

예수그리스도를 맞기 위해

우린 깊은 어둠을 체험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의 손에 들린 촛불에 불이 켜지는 순간.

성당 안이 순식간에 빛으로 밝혀진다.

빛의 신비다.

나의 빛을 옆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도

내 빛이 없어지지 않는다.

빛이 커져가는 이 신비의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아마도 가톨릭 전례의 절정이 아닐까 한다.







모두의 손에서 촛불이 타고 있다.

자신을 태워 빛을 내는 촛불처럼

그런 사랑의 실천을 다짐하는 순간이다.

나를 태워 세상을 밝히는 사랑.




사제는 부활찬송(Exultation)을

그레고리안 음률로 노래를 한다.

그 아름다움이란----



이리 고개를 쭉 뺀 신자도 있다.

열심히 전례에 참여하는 아름다운 모습.



미사가 끝난 후 기념 사진.




오누이가 촛불을 켠 채

성당 밖으로----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의미를 저 아이들은 알까?






호텔 가는 길

국회 듸사당이 보인다.




호텔로 가는 길.

백악관에서 두 블럭 떨어진 곳에 있는

W. Washington Hotel.

꽤 비쌌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조카 덕으로 크게 할인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비싼 호텔.

할인을 받기 위해 무슨 서류까지 작성을 햐야 했다.



호텔에 들어와 보니

그저 그렇다.

커텐을 열고 보니 바로 앞 건물이 재무성이었다.

그리고 바로 뒤가 백악관.

우리 방에서는 백악관의 지붕만 쬐금 보였다.












여기는 호텔 꼭대기에 있는 클럽.

건물 안과 발코니를 이용해 술과 음료를 파는데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열 두시가 넘었는데도

젊은 남녀들이 그득했다.

발코니에는 바가 두 군데 있었고

창가로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서서 이야기를 하거나

시끄러운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대기도 했다.

발코니는 유리가 아니라 비닐로 막아 놓았다.

물론 여름엔 비닐 천막을 걷어내고 영업을 할 것이다.

바로 코 앞에 백악관이 보였다.


창 옆엔 테이블이 있었는데

앉아서 마시기 위해서는

따로 bottle 서비스를 받아야 한단다.


아들이 메뉴를 보더니 기겁을 했다.

bottle Service를 받기 위해서는 술을 병 단위로 주문해야 하는데

한 병에 보통 $400. 

우리 넷 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들들과 맥주를 마시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워낙 술을 마시지 않는데다가

이렇게 시끄러운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맥주 한 병을 비우고는

바로 방으로 내려왔다.

불꺼진 백악관 구경을 하느

한 병에 $7.짜리 맥주를 셋이서 하나씩 마셨다.

아내는 &13. 짜리 칵테일을 주문해서

한 모금 마시고 자리를 떴다.


넷이서 비닐 천막에 반사된 불빛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 백악관 야경을 구경 하는라

10여분 동안 43달러를 썼다.


그러나 돈이 대수는 아니다.

그 밤이 어떤 밤인가

부활 성야였다.


빛으로 다시 살아나신 그분의 부활을 축하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다음날 우리 넷이 함께할 여정은 어떤 것일까하는

기대감으로 고단한 몸을

침대에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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