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혹은 세월 앞에선
-북촌에서-
언덕길을 오르고 나니
담장 밑으로 보이던 어느 집의
기와 지붕,
풀이 자라고
나팔꽃인지 메꽃인지도
지붕위까지 기어 올라 앉왔다.
조금씩 깨지고 이도 빠진
기왓장들이 오밀조밀
또 하나의 세상을 이루고 있다.
크기도 색깔도 각양각색.
이끼 낀 세월이 머물고 있었다.
아무도 세월을, 시간을 만들 수는 없다.
그것은 스쳐 지나는 것.
아무도 어찌할 수 없는 신성한 것.
그래서 시간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시간이 되어
제 갈 때를 알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한없이
작아지고
낮아지자고
다짐한다.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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