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일기

우리 집 뜰에 찾아온 가을

 

 

 

 

토요일 밤에 비가 내렸다.

ME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데

빗방울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요일에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집에 돌아와서는 비 걱정은 그냥 밀어두고

 골아 떨어졌다.

아내가 새벽에 깨웠다.

 

데크에 나가보니

어둠 속에서도

데크는 밤새 내린 비에 흥건히 젖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무에서

후두둑 하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축구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뒷뜰의 나무는 번번히 날 속였다.

이미 비는 그쳤음에도

아직 나뭇잎에 남아 있는 빗방울이

밑으로 떨어지며

다른 빗방울과 함께 나뭇잎을 흔들며 빗소리를 내기에

비가 오는 줄 착각한 적이 어디 한 두번이었던가.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잔디를 만져보니 물기는 있어도

땅 속 깊이까지 젖지는 않았다.

 

아, 축구를 할 수 있겠구나.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참 청명한 하루였다.

 

 

 

잔디밭에 떨어진 낙엽 한 장

풀잎의 그립자가 마치 나뭇잎의 실핏줄 같이 보인다.

 

 

현관 앞의 제라늄.

꽃잎이 시들기 시작한다.

남은 꽃잎도 축축 처지기 시작한다.

 

 

 

Ducktwood의 잎.

빨간 열매도 눈에 띈다.

 

 

 

텃밭 위에 드리워진 나무에도

붉은 물이 들기 시작한다.

나뭇잎에도 물기가 마르기 시작한다.

바람이 불면

찰랑찰랑 소리가 나던 것이

이젠 서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루드베키아의 꽃잎도 물기가 말라간다.

꽃잎이 다 떨어지고

까만 씨만 남은 것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오뉴월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장미도

거반 지고 몇 송이만 남아

자기 존재를 알리고 있는 듯.

 

 

 

 우리집의 상징인 단풍나무

아름드리 나무 기둥에

얇은 가지 하나 나와

단풍 잎 몇이 붉게 물이 들었다.

놀은 곳들의 잎들은 아직 푸르기만 한데-----

 

 

 

다육이도 조금씩 물이 들기 시작하고-----

 

 

 

화분의 풀꽃도

조금씩 마르기 시작한다.

 

 

데크의 난간 위로 고개를 내민

나뭇잎.

성급한 나뭇잎 몇은

주당의 코처럼 불콰하다.

 

 

 

Japanese Maple도 곧 물이 들 것 같다.

 

 

벌레 먹은 벚나무에 가을 햇살이---

 

봄이 위로 향하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아래를 향하는 계절이다.

오름이 있으면

내림도 있는 법인데,

그걸 알면서도

언제부터인지 가을이면 늘 안타까워지는 것은

내 삶도 가을이기 때문일까

 

흰 머리를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다.

'사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가을 날 - 우리 동네  (0) 2013.11.13
마지막 가을 날 - 집  (0) 2013.11.13
일요일 사진 일기 (3)  (0) 2013.09.09
일요일 사진 일기 (2)  (0) 2013.09.09
일요일 사진 일기 (1)  (0) 201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