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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일요일 사진 일기 (1)

일요일 일기

 

축구를 마치고 돌아왔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투명하게 살랑거렸다.

아내는 날이 좋으니 데크에서 아침을 먹으라고 했다.

아름다운 날씨를  즐기기에 우리 집 데크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아내가 기르는 다육이와 꽃나무들.

그리고 큰 나무 물통에 물을 담아

키우는 연꽃과 또 이름 모르는 식물.

그리고 그 밑의 빨간 금붕어까지 모든 것이 아름답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버석거리는 것이

가을은 벌써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알려 주었다.

 

커피와 함께 토스트 두 쪽,

그리고 달걀 후라이 두 개.

축구하러 가서 멋진 터닝슛을 성공시켰으니 상으로

달걀 후라이 숫자가 하나 늘었다.

그리고 불루베리.

 

몸무게에 신경을 써야 한다.

30 x 30 - 내 바지 싸이즈다.

길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허리 싸이즈 30은 어떻게 해서라도 지켜야 할 마지노 선이다.

지난 번 피렌체 여행에서 아내가 산 CD에서

오늘 날씨처럼

맑고 깨끗한 기타 선울이 흘러 나왔다.

간간히 새들이 청아한 소리로 반주를 했다.

 

세상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할까?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을 다 가진 나.

평화와 행복에 흠쩍 젖었던

일요일 오전.

 

 

 

 

데크에 잇다은 나무엔 거미집이 보였다.

사이사이로 푸른 하늘과 나뭇잎이 보였다.

렌즈의 오토 포커스가 거미줄을 잡질 못해서

수동으로 촛점을 맞추었다.

눈이 어두워서

애를 많이 먹었다.

 

 

 

달개비의 솜털.

난 왜 그렇게 솜털이 이쁜지 모르겠다.

 

 

다육이 사이의 거미줄.

길이 생겼다.

거미줄도 길이다.

 

 

 

 

 

다육이 잎도 물이 들기 시작한다.

마른다는 말과

익는다는 말이

많이 쓰이는 계절- 가을.

소멸과 완성이 공존하는 계절.

 

 

 

 

 

이 풀꽃은 높이가 내 키를 넘었다.

워낙 줄기가 가늘은 까닭에  등이 굽어서 그렇지

키는 정말 훤칠하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어디선가 꽃씨가 날아와

싹이 트고 자라서 막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물도 주지 않고 보살피지 않았는데도

대견히 잘 자란 이 꽃나무 때문에

아내는 무척 이나 감동하고 있다.

 

 

 

물통 속의 금붕어

 

 

연잎과 물 사이의 팽팽한 긴장.

표면장력.

고요한 물 속에도

이런 긴장이 존재한다.

 

 

 

우리 모두의 행복한 시간.

일요일 아침.

가을 햇살이 무더기로 데크 위에 내려 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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