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첫날 우리를 안내했던 맥스는
이 곳, 구찌 박물관을 들려보라고 권했다.
난 별로 탐탁지 않았다.
fashion이니 명품이니 하는 것과는
아예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아내에게 지름신(?)이 내릴 경우,
정말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상상하는 액수에 0이 하나나 둘이
더 붙은 가격표는 늘 공포의 대상이었고
구찌는 그 공포의 대표 주자였으니 말이다.
맥스는 실크 스카프 한장이
500 유로나 하는데
오직 이 곳에서만 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도대체 어떤 디자인에
어떤 품질의 상품이기에---------
가격은 무지막지했다.
그런데 꽃무늬 실크 스카프는
은은한 빛깔로 아름다웠다.
어쨌거나
우리는 용감하게 구찌 박물관으로 진입을 했고
대충 박물관을 훑어보았는데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았고
그냥 구찌 브랜드를 판매하는 곳처럼 보였다.
(아마 내가 잘 몰라서, 혹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아내는 내 우려와는 달리 상품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눈길조차 주지 말라던 나의 말이 통했나?
철 없는 아내는
이제 뼛 속까지 '알뜰한 당신'이 된 것이 틀림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방문이었다.
박물관 한 켠의 카페는
화려하진 않아도 깔끔하고
무엇보다도 시원했다.
마셨던 커피는
이탈리아에서 맛보았던 커피 중
가장 내 입에 맞았다.
모든 것이 깔끔했다는 게 나의 인상.
커피 맛, 커피 잔,
그리고 뭐라든가, 디저트로 주문한 것의 맛과 모양.
브라운 슈가도 구찌의 로고를
본따서 만들었다.
나중에 화장실을 다녀온
아내에게 물었다.
'화장실은 어땠어?"
너무 깨끗하다는 게 아내의 대답이었다.
브랜드의 가치는
모든 것이 결정하는 것 같다.
내용과 형식,
그리고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일관된 품질이
바로 브랜드 가치가 아닐까?
그런데
보이지 않는 곳까지 함께 평가를 했을 때
과연 내 브랜드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여행 이야기 > 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빛과 그림자 (베네치아에서) (0) | 2013.11.22 |
---|---|
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 성 베드로 대성당 1 (0) | 2013.09.27 |
우는 걸까, 웃는 걸까 - 두 얼굴을 가진 조각 (0) | 2013.09.13 |
이야기가 있는 사진 (0) | 2013.09.12 |
빛과 그림자. (0) | 2013.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