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목적지가 없이 골목길을 걷다 보니
이렇게 허름한
변두리에 도착했다.
성당 앞 공터엔 여행객이 아닌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여행객들은 이렇게 구경할 것이 없는 구석까지
발길을 하지 않는다.
날이 더워 성당 앞 계단에 앉아서
다리를 쉬고 있었다.
그런데 광장의 벤치엔
동네 노인들이 앉아 있었다.
남자 셋
그리고 여자 셋.
내외를 하는지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왼 쪽에있던 노인 하나가
부탁을 한다.
자기도 한 자리 끼면 안되겠냐고.
아니 숫자까지 딱 맞아서
분위기 무르익어가는데
웬 찬 물.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당신 있던 자리로 돌아가!"
안경 낀 노인은 더 말도 못하고
뻘쭘해졌다.
거절 당한 노인은 담배 한 대 피워 물었다.
처량함을 달래기라도 하듯.
분위기는 무르익어가고-----
해가 기울고 있다.
난 머릿속으로 사진을 찍었다.
노인들이 노을 속으로 들어가 있는 사진.
노을이 노인들이고
노인들이 이미 노을이 된 그런 사진.
건물 사이로 붉은 노을이 타오르고
머지 않아 땅거미가 질 것이다.
저 노인들의 어깨 위에 내리는 어둠이
그리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질녘까지 기다리면 아주 괜찮은 사진이
나올 것 같았다.
노을 속의 여섯 노인.
황혼의 시간이 그리 어둡지만 않고
정겨움이 묻어나오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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