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 ***Tallman Park산책
지난 금요일엔 장인어른 댁에 가는 길에 Tallman Park에서 산책을 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걷기도 하고
가까이 온 봄의 기운을 맡기 위해서였다.
주차를 하고 산책길 입구를 휘 둘러보니 봄의 징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부터 불던 꽃샘바람이 많이 잦아들긴 했으나
여전히 바람은 포르테 시모의 세기로 불고 있었다.
10 미터 가량 되는 나무 끝의 빈 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는
앰프의 Bass필터를 지난 거친 소리가 한층 부드럽고 따뜻한 톤으로 들렸다.
그리고 내 키만큼의 높이에는 지난겨울에 미처 지지 않고
아직도 남아 있는 단풍나무 잎과 상수리 나뭇잎에서
잘랑 짤랑 그보다 조금 높은 톤의 소리가 들리다 말다 했다.
어디에서도 봄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내린 비 때문에 여기저기 생긴 웅덩이와
제법 넉넉항게 흐르는 물의 양과 소리로 계절은 겨울의 경계는 벗어났음을
겨우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바람소리와 단조로운 나무의 짙은 톤 때문인지
오후 산책길의 숲은 어두웠다.
산책길 다른 쪽 끝까지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끔씩 올려다보던 내 시야에 발긋발긋 여드름 같은 꽃이 핀 나무가 들어왔다.
우리가 살던 Harrington Park 집에도 몇 그루 아름드리나무에서도
잎이 나기 전에 그 꽃이 피었다.
나무 꼭대기에 있는 가지에서 발긋발긋한 꽃이 피고,
땅에서는 키 작은 Snowsrop과 Crocus가 땅 위로 고개를 내밀면
비록 주변의 눈이 다 사라지지 않았어도,
봄이었다.
죽음의 색조에서 희망처럼 붉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고 다시 보니 사방의 가시나무 덩굴(이름은 모르겠다)에도
초록색 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초록색 잎들도 띄엄띄엄 다지에서 돋아나기 시작했다.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옅은 초록빛 공기가 희미하게 내 폐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이제부터는 두려움 없이 밖에서 심호흡을 할 수 있는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햇살에 짝이는 시냇물.
'흐른다'는 단어는 살아있다는 말과도 같다.
다 마른 나뭇잎.
바람이 지나가면 마른 기침 소리가 났다.
죽은 나무에서 이끼가 자란다.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도.
주검 위에서 살아 가는 생명
딱다구리가 만든 구멍들.
이 나무는 주검에서도 고통이 느껴진다.
새끼 사슴이 많은 계절이 이곳저곳에 있었지만 진작 이곳에서는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겨우내 뿌리 뽐힌 나무.얼마나 많은 나무들의 뿌리가 지난 겨울 바람에 뽐혔을까?
이곳의 나무들은 대부분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는다.
생존의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아도 잘 자랄 수 있는 토양 덕분이다.
과연 자양분 많은 토지는 과연 환벽한 축복일까?
물웅덩이에 갖힌 나무.
나무들에게 떨어진 나뭇잎이
물 속에서 자신이 있던 나무와 다시 결함한 것 같다.
웅덩이를 스치고 가는 잔 바람
웅덩이 곁의 나무 그림자.
물 위에, 그리고 물 건너 이 쪽 양지까지 거쳐있다.
본질.
겸손해 지자.
환영을 보면서 본질을 보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사는 삶.
웅덩이 저 쪽에 나무 조각.
부러지고
잘려진 몸으로
비로소 완성시킨 조각
봄의 전령, 빨간 나무 꽃이 어둔 숲 속에 피어나다
연리근인가, 한 뿌리에서 올라와 다른 몸통으로 자라는 나무
그 지독한 인연의 뿌리
죽은 생명의 껍데기 위에서
다른 생명이 그곳을 집을 삼아 삶을 이어간다.
청정한 곳에서만 자란다는 이끼가
이곳에는 눈이 닿는 곳 어디나 자란다.
Tallman Park에서는 볼 수 없던 사슴들이
우리가 살던 집에 오니 여러 마리 볼 수 있었다.
***Tallman Mountain State Park의 이름은 공원 내의 지형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지역은 원래 비교적 높은 구릉과 절벽이 특징적인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허드슨 강을 따라 솟아 있는 능선이 Tallman(‘키가 큰 사람’)이라는 이름을 연상시키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Tallman"이라는 이름은 지역 초기 정착민 또는 지주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뉴욕과 뉴저지 일대에서는 18~19세기에 Tallman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들이 공원 부지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원의 명칭은 이러한 자연적·역사적 배경을 반영하여 붙여졌으며, 현재는 허드슨 강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하이킹 코스로 유명한 주립공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At the Threshold of Spring - A Walk in Tallman Park
Last Friday, on my way to my father-in-law’s house, I took a walk in Tallman Park.
I wanted to make use of some spare time, stretch my legs, and breathe in the presence of the approaching spring.
After parking, I scanned the entrance to the trail, but there were no visible signs of spring.
The chilly wind that had been blowing since the morning had calmed down a bit, but it still blew with the force of a fortissimo.
The sound of the wind brushing past the bare branches of trees, about ten meters tall,
resonated like a rough bass filtered through an amplifier—only softer and warmer.
At my own height, a few lingering maple and oak leaves, still clinging on from last winter,
rustled intermittently with a slightly higher-pitched tone.
Yet, no trace of spring could be found.
The puddles scattered around from the rain a few days earlier,
the generously flowing water and its murmuring sound,
hinted that the season had barely crossed the boundary of winter.
Perhaps due to the deep tones of the wind and the somber trees,
the forest along the afternoon trail felt dim.
On my way back from the far end of the trail, I looked up at the sky.
Amid the occasional glances I cast upward,
a tree with tiny, reddish blossoms caught my eye, like little acne spots.
In the towering trees around our old home in Harrington Park,
those same flowers would bloom before any leaves appeared.
When those reddish blossoms bloomed at the highest branches,
and when small snowdrops and crocuses peeked above the soil,
even if patches of snow still remained,
it was spring.
Like a flicker of hope emerging from the somber hues of death,
a red promise of renewal.
And then, upon a second glance, I noticed the thorny vines (I don’t know their name)
beginning to show hints of green.
Tiny green leaves had also started to sprout sparsely from the ground.
I took a deep breath.
A faint greenish air seeped slowly into my lungs.
The season had arrived—one where I could finally breathe deeply outdoors without f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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