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를 물다

미끼를 물다

1월 말에 지영(Stella)이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새 운동화였다.

달리기를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운동화인데

새털처럼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지만

바닥은 두텁고 탄력성이 뛰어나다.

그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하면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경쾌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달리기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경쾌함이 스르르 사라지긴 하지만.

 

멀쩡한 운동화가 세 켤레가 있음에도 

새로운 운동화를 내게 선물한 지영이에게 어떤 속셈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 그런 선물을 했냐고 물었더니

"운동화가 세일 중이어서 도저히 눈을 돌릴 수가 없어서"라고 했다.

물론 아빠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려는 지영이의 배려심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지난주엔가 지영이에게 연락이 왔다.

올해 자기 생일에 40 킬로 미터 달리기를 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그냥 조용히 혼자 달리면 좋으련만

그걸 꼭 엄마 아빠에게 알리는 딸내미에게 어떤 의도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올해로 지영이는 마흔이 된다.

그러니 자기 생일을 맞는 한 방법으로 40 킬로 미터 달리기를 기획한 것이었다.

아내는 선뜻 마지막 10 킬로 미터를 지영이와 함께 달릴 것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얼마를 함께 뛰겠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는 40 킬로 미터 절반을 함께 뛰리라고 서약을 했다.

 

일 년에 한 두 차례 half marathon을 뛰기는 했으나

작년 3 월에 마지막으로 뛰고 그 이후로는 그 거리를 달린 적이 없었다.

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10 킬로미터까지만 달리고

그 이상의 장거리를 달리지 않으려고 나름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그 힘든 도전을 해야 할 이유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자꾸 편해지고 한 자리에 머물고 싶어지는 내 나이에

다시 도전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힘들게 삶의 달리기를 하는 딸내미 곁에서

함께 달린다면 그녀에게도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선물이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 Present는 

'현재'라는 의미와 함께 '있음'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마흔 살 생일을 맞는 딸내미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아빠라는 존재 그 자체가 아닐까?

 

딸내미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을 주기 위해

지영이가 선물한 운동화를 신고

오늘도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Board Walk를 달렸다.

그 운동화가 아빠를 달리게 하는 미끼였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어느 아빠라도 아빠라면 그 미끼를 즐겨 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꽃샘바람이 제법 얼굴에 차게 부딪치며 앞을 가로막았지만

바닷가의 Board Walk를 달리는 두 다리가

새 운동화 덕인지 명쾌했다.

 

 

Taking the Bait

At the end of January, I received a gift from Ji-young (Stella).

It was a new pair of running shoes.

These were special shoes designed for running—so light that they felt almost weightless, like feathers, yet with thick, springy soles.

When I ran in them, I could feel the exhilarating bounce, as if my feet were springing off the ground with every step.

Of course, after running for a while, that lightness would gradually fade away.

Even though I already had three perfectly fine pairs of running shoes,
I couldn’t immediately assume that Ji-young had an ulterior motive for giving me new ones.

When I asked her why she had bought them,
she said, "They were on sale, and I just couldn’t turn away."

Of course, that was her way of being considerate—trying to ease her dad’s mind.

But then, sometime last week, Ji-young reached out to me.

She told me that for her birthday this year, she was planning to run 40 kilometers.

She could have just quietly run on her own,
but instead, she made sure to let her mom and dad know.

I couldn’t quite figure out what her intention was.

This year, Ji-young is turning forty.

So, as a way to mark her birthday, she decided to run 40 kilometers.

My wife immediately promised to run the last 10 kilometers with her.

Then she turned to me and asked, "How much will you run with her?"

The die was already cast.

I committed to running half of the 40 kilometers with Ji-young.

I had run a half marathon once or twice a year,
but the last time I did was in March of last year.
Since then, I hadn’t run that distance again.

It was just too exhausting.

I had decided to stick to 10 kilometers and no more—
why push myself further at this age?

It’s not like I had anything to prove.
No one was forcing me to take on such a tough challenge.

But then again, at my age, when it’s so easy to settle into comfort and stagnation,
perhaps taking on a new challenge isn’t such a bad idea.

And if running alongside my daughter—who is running through life’s hardships—
could bring her even a little comfort and support, wouldn’t that be worth it?

The English word “present” means a gift,
but it also means the present moment and being there.

Perhaps the greatest gift I can give my daughter on her 40th birthday
is simply my presence—just being there for her.

So, to give my daughter the most precious gift,
I put on the running shoes she gave me
and ran along the Boardwalk, even though the cold had yet to fade.

I don’t know if those shoes were meant as bait to get me running,
but if they were, I’d say any father would gladly take that bait.

The biting spring wind struck my face, trying to hold me back,
but my legs, running along the seaside Boardwalk,
felt light and clear—perhaps thanks to the new 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