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dona에서 해맞이
"일어났어요?"
부스럭거림에 내가 기척을 하자
아내가 내게 한 말이다.
토요일에 아내의 사촌언니의 아들 결혼식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아내의 부스럭거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 몸의 생체 시계 때문인지
잠시 흐릿한 의식을 차린 나에게 아내는 연이어 말을 건넸다.
"더 잘 거예요?"
어둠 속에서 초록빛 불빛으로 호텔 방의 시계는
일요일 오전 한 시에서 두 시로 막 건너가려는 참이었다.
잠이 더 필요했다.
금용일 늦은 시간에 피닉스에 도착해서 충분한 잠을 못 잤다.
"조금 더 잘게."
그리고 눈을 감았다.
잠을 청했지만 그걸수록 잠은 슬금슬금 내게서 멀어져 갔다.
뉴욕 시간으로 따지면 아침 다섯 시가량 되었고,
집에서라면 벌써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게다가 "더 잘 거예요?"라고 물었던 아내의 물음이
내 의식을 꽉 무는 것 같았다.
"더 잘 거예요?"라는 물음은
물론 나의 의사를 물어보는 인간적인 존중이 배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이제 일어나라는 일종의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으로
내 의식은 해석을 했다.
내가 그 순간 더 잠을 자고 늦게 일어났다면
두고두고 아내는 내 흠을 볼 것이다.
"아니 애리조나까지 와서 세도나의 해맞이를 안 본다는 게 말이나 돼요?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벽 세 시 반쯤에 호텔을 출발했다.
결혼식 마치고 아내의 사촌 언니가 선뜻 차를 빌려주어서
세도나의 해맞이가 가능했다.
아직 가죽 냄새가 선명한 새 차는
애리조나의 안락한 고속도로를 매끄럽게 달렸다.
세도나에 가까워지자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다.
아내가 해맞이로 정한 곳은
세도나의 비행장이 있는 곳이었다.
오 년 전인가 육 년 전에 왔던 곳인데
일몰을 바라보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그전에 왔을 때도 해가 지면서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황홀한 광경에 넋을 잃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일출 공경은 너무 싱거웠다.
나는 그렇게 예상을 하고는 있었지만
입 밖으로 생각을 꺼내 놓지는 않았다.
일단 우리가 도착했을 때 먼저 와 있던 사람이 스무 명을 넘지 않았다.
한 마디로 해맞이에 별 매력이 없는 곳이라는 반증이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역시 입 밖으로 내어 놓지는 않았다.
차 밖으로 나오니
습기를 머금지 않은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시원하다니보다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바람은
아내가 건네는 스웨터를 덥석 받았다.
해맞이를 하러 온 사람들은 몸에 겉옷을 입거나
몸에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요즈음 피닉스가 탖 최고 온도가 화씨 100도가량인데
세도나는 최고 기온이 85도라고 하니
해뜨기 전 바람 부는 산 정상이 추운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무리 새벽이라 해도 애리조나에서 담요를 두르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싱거운 해맞이(?)를 하고
아침 여섯 시에 문을 여는 카페를 찾아갔다.
커피와 피스타치오 머핀을 하나 사서 나누어 먹었다.
카페 자체의 브랜드가 아닌 스타벅스 커피를 서빙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커피를 꾸역꾸역 마셨다.
초록빛이 선명한 피스타치오 머핀은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따뜻한 머핀은 아름다운 맛이 났다.
카페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해는 조금씩 산 위로 올라
하늘로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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