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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서부 여행

그리운 Zion Canyon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여행했던 곳 중에서

Zion Canyon이 자꾸 그리워진다.


작년 대륙 횡단 여행 때는

그냥 데면데면 지나쳤기 때문일까,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올 해 5 월에 찾았던 Zion Canyon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간다.


나는 다시 찾아 가서

천천히,
그리고 오래 동안 보리라고

그 날 마음 먹었다.

그 날은 비가 내렸고
셔틀 버스의 천장에서는
비가 거의 주루주룩 하고 샜다.

차창에 입김이 서렸고
뿌연 창 너머 나무가 싱그러운 초록빛을 띄고 있었다.

우리의 트레킹은 물길이 가로 막는 곳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발길을 돌렸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 앞에 있던 아가씨 둘은
첨벙첨벙 물을 건너
다시 길을 이어갔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처녀들이었다.

나는 언제고 다시 이 곳을 가리라 마음 먹었다.

무리를 해서 고개를 올려다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깎아지른 산봉우리의
신령스러움 때문일까?

아니면 소리 없이
손을 흔들어 주던
벼랑 바위틈의 풀꽃들의 순정이 그리워서 일까?

그도 아니면 물길에 발길을 돌려야 했던
가지 못 한 길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 오니 비가 그쳤다.

비 때문에 겉 옷을 벗다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전화기가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는 바람에
그만 유리가 깨지고 말았다.

보고 싶으면
전화하지 말고
그냥 오라는 것 같았다.

다시 운명처럼 꼭가야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 Zion Canyon!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도 과장되지도 않은

그리운 이름이 되어 내게 온,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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