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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노란 경고등 - 사라진 자동차 열쇠

노란 경고등 - 사라진 자동차 열쇠

작년에 고등학교 동기 두 부부와 이탈리아 여행을 하던 중

친퀘테레라는 곳을 다녀오는 길에 자동차에 노란 경고등이 켜져서

운전을 하면서 무척 당황하고 두려움에 떤 적이 있었다.

다행히 요소수 부족 때문이란 걸 알고 요소수를 채워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차에 노란 경고등이 켜져서

가슴이 벌렁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경험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피렌체 여행을 세 부부가 모두 함께 마치고 나서

친구들 부부는 베네치아를 거쳐 베로나를 기차로 여행할 예정이었고

베네치아를 다녀온 적이 있는 우리 부부는 자동차로 지방 도시를 들러서

이틀 후에 다시 밀라노에서 만나기로 하고 일행들과 잠시 이별을 했다.

 

우리 부부는 기차나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우리  일행이 묵었던 숙소를 아내가 청소하고 정리를 하는 동안

나는 친구 부부를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기차역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그러나 피렌체는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자가 운전하기에 그리 만만한 도시가 아니었다.

도시의 중심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기에

마음대로 운전을 하거나 주차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차 출발 시간이 아침 출근 시간과 겹쳐서 

거리는 차와 사람들로 여간 혼잡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두어 차례 길을 놓치며 혼란에 빠져서

목적지까지 예상했던 시간까지 바로 가질 못했다.

 

그런데 기차역 두어 블록 전까지 갔을 때

얼마나 교통이 적체되었는지 교통 신호가 바뀌어도 차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기차 출발 시간까지는 10 분 밖에 남지 않았다.

결단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차보다는 사람의 발이 더 빠를 것 같다는 판단으로

친구들 부부에게 짐을 들고 기차역까지 뛰는 게

신호를 기다리는 것보다 빠를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그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차는 10 미터 이상을 전진하지 못했다.

겨우 신호를 받아서 숙소로 향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여다보다가

자동차 계기판으로 눈길이 흘렀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던 노란 경고등이 켜져 있는 것이 아닌가.

자동차 열쇠 모양의 경고등이 운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나름 무지하게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아침에 미리 짐을 싣겠다고

친구 중 하나가 자동차 열쇠를 달라고 해서 건네주고는

돌려받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친구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자동차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천진난만하게 기차 여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가슴이 쿵하고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하는 것 같았다.

영혼이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다 흩어져 버린 느낌이 들었다.

차가 원망스러웠고,

내 처지가 한심스러웠다.

 

여차하면 친구들의 목적지인 베네치아까지 운전을 해서

따라가야 할지도 몰랐다.

마음속으로 "절대로 시동을 꺼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다졌다.

 

더구나 내 전화기로는 와이파이가 닿지 않는 곳에서는 전화도 되지 않고

문자를 보내고 받는 것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겨우 정신을 수습해서 한적한 곳에 차를 대고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문자를 보냈다.

숙소에 있던 아내는 이미 기차를 타고 떠난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히 연락이 닿아

자동차 열쇠를 가지고 있던 친구는 바로 다음 역에서 내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으로 되돌아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치 첩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긴장감 넘치게

복잡하기 그지없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자동차 열쇠를 친구로부터 건네받았다.

 

열쇠를 건네받은 내 손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자동차의 노란 경고등을 보는 순간,

짜증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노란 경고등 때문에 더 커다란 어려움 없이 다시 자동차 열쇠를 내 손에 쥘 수 있었다.

 

친구는 다음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떠났고

나와 아내도 다음 목적지로 마음 편하게 출발할 수 있었다.

 

처음 노란 경고등을 보는 순간의 부정적인 느낌이

문제가 다해결되고 나니 홀가분한 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실수를 해도 주어지는 또 한 번의 기회는

삶에서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것인지 모른다.

구약 성경에 있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시는 물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창조주의 희망적인 약속이 무지개로 표현되는데

자동차의 노란 경고등도 마치 무지개와 같은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내 삶에 노란 경고등이 켜질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 때는 노란색이 원망과 짜증이 아니라

희망이 번져 있는 무지개 색으로 보이면 좋겠다.

 

Yellow Warning Light - The Missing Car Key

Last year, while traveling in Italy with two high school classmates and their spouses,

I experienced a moment of panic and fear when a yellow warning light came on in the car as we were returning from a place called Cinque Terre.

Fortunately, we discovered it was due to a lack of diesel exhaust fluid and resolved the issue by refilling it.

However, I experienced another heart-pounding moment when a yellow warning light appeared in the car.

After finishing our trip in Florence together, our friends planned to travel to Verona via Venice by train.

Since my wife and I had already been to Venice, we decided to visit some local towns by car and meet up with them in Milan two days later, so we parted ways temporarily.

Since we didn't need to take a train or plane, we had some extra time.

While my wife cleaned and organized our lodging, I offered to drive our friends to the Santa Maria Novella train station in Florence.

Driving in Florence, however, is no easy task for tourists. The city's center is a UNESCO World Heritage site, making driving and parking restricted. The train departure time coincided with the morning rush hour, causing the streets to be packed with cars and people. We missed our turn a couple of times, delaying our arrival at the station.

A couple of blocks from the station, traffic was so congested that cars didn't move even when the lights changed. I started to sweat profusely. With only 10 minutes left until the train's departure, I made a quick decision. I suggested that our friends grab their bags and run to the station, thinking it would be faster than waiting in the traffic.

As they disappeared from sight, the car had moved less than 10 meters. I finally got a green light and began to head back to our lodging, glancing at my phone. Then, I noticed an unexpected yellow warning light on the car's dashboard. A warning light shaped like a car key was desperately trying to catch my attention.

The cause was simple: one of my friends had asked for the car key to load their luggage in the morning and had forgotten to return it. Unaware, he had pocketed the key and innocently started his train journey.

I felt my heart drop. My soul seemed to shatter and scatter in all directions. I was frustrated with the car and felt foolish.

If necessary, I was ready to drive all the way to Venice to retrieve the key. I resolved not to turn off the engine under any circumstances. Moreover, my phone wouldn't work without Wi-Fi, making calls and texts nearly impossible. I finally managed to pull myself together, parked the car in a quiet spot, and texted my wife about the situation. She contacted our friends who were already on the train.

Fortunately, we got in touch. The friend with the car key got off at the next station and returned to Santa Maria Novella. In a scene reminiscent of a spy movie, we anxiously met at the chaotic station, and he handed me the car key.

My hands were drenched with sweat as I took the key. The yellow warning light that had initially caused such anxiety had, in the end, allowed me to retrieve the car key without further trouble.

He caught the next train to Venice, and my wife and I comfortably set off to our next destination.

The initial negative feeling upon seeing the yellow warning light transformed into a sense of relief once the problem was resolved.

The second chance given after a mistake is incredibly precious and appreciated in life. The story of Noah's Ark in the Old Testament comes to mind. The Creator's hopeful promise never to flood the world again is symbolized by a rainbow. Perhaps the car's yellow warning light is akin to that rainbow.

In the future, when a yellow warning light appears in my life, I hope to see it not as a source of frustration but as a rainbow of hope.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뒷 편에 피렌체의 기차역이 있다.

산타 크로체 성당. 우리 숙소는 성당 왼쪽 편 골목에 있었다.

우피지 박물관 안에서 바라본 다리와 강

 

피렌체의 두오모. 박물관 옥상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