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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zania 일기

Tanzania 일기 - 나의 영토는 어디에

Tanzania 일기 - 나의 영토는 어디에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

심리적인 면뿐 아니라 몸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젊은 시절에는 저녁에 커피를 마시고도 잠을 잘 잤는데

이제는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그날 밤은 잠이 주는 행복을 박탈당해야 한다.

얼굴은 물 밖에 내밀고 몸만 물속에 담근 것처럼

오후의 커피 한 잔은

내가 완전한 수면 속으로 가라앉는 걸 방해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오후 열두 시가 지나면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기는 했으나

어쩌다 좋은 이들과 마음이 맞아서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분위에 휩쓸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여지없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불면이 기다리곤 한다.

 

그래서 커피는 오전에만 마시는 걸 원칙으로 한 것이 벌써 6-7 년은 된 것 같다.

그런데 오전에 커피를 마시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어림반푼어치도 없었다.

날이 좀 선선한 늦가을이나 겨울엔

커피를 마시고 한 시간쯤 지나면

여지없이 소변을 봐야 하는 생리현상이 나타난다.

 

백수가 된 지금이야 별생각 없이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마시지만

일하러 출근을 할 때는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을 희생하고

일터에 가서 비로소 커피와 반가운 해후를 한다.

그러나 요즈음도 외출할 일이 있으면 시간 계산을 하고 나서야

출발 전에 커피를 마실 것인가 말까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번에 탄자니아 사파리 여행을 다녀오면서

커피 때문에 평소에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내가 탄자니아를 또 가야 할 이유를 두 가지 꼽는다면

밤하늘의 똘말똘망한 별들을 보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탄자니아 산 커피맛이 그리워서 일 것이다.

 

탄자니아 산 커피는 Arabica 원두로서

내 입과 환상적으로 궁합이 맞았다.

탄자니아 어느 곳에서도 나는 커피 때문에 행복했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처음으로 Game Drive(동물을 찾아 사파리 트럭을 타고 이리저리 다니는 것)를 하러 떠나던 날,

아무 생각 없이 아침 식사와 더불어 맛나게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보통 나는 커피에 관해서라면 자신을 대식가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두 잔의 커피는 우리가 호텔을 떠나서 한 시간 반쯤 지났을 때

어김없이(?)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파리 트럭을 운전하며 우리에게 안내를 하는 Simon에게

염치를 따지지 않고 간절하게 부탁을 했다.

어디 으슥한 곳에 차를 세워 달라고.

그런데 세렝게티 국립공원에는 으슥한 곳이 별로 없다.

숲이 있긴 하지만 길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차가 없는 한적한 곳에 Simon이 차를 세워주었다.

차 뒤 쪽으로 가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런데 국립공원에 화장실이 있긴 한데

충분하지 않아서 때로는 본의 아니게 노상방뇨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을 마치고 차에 타니

Simon이 사자를 포함한 많은 동물들이

자기 영역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발톱으로 나무를 할퀴기도 하고,

바위 같은 곳에 몸을 비벼서 냄새를 남기기도 한다고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자기 영역에 배설을 한다고 했다.

다른 동물들이 자기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고의 표시라고 했다.

 

결국 커피 덕분으로

동물의 왕국인 세렝게티 한 모퉁이에 나는 나의 영역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인간의 영역 표시(Marking Territory) 행위는

부득이하게 국립공원 안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암암리에 행해질 수밖에 없는 '필요악'이다.

우리를 안내하던 Simon과 David도 가끔씩

자기들의 영역 표시를 하는 걸 보았기에 하는 말이다.

 

3월부터인가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있는 지역은 우기로 접어든다고 한다

몇 달 동안 비가 내리는 날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애써(?) 표시해 놓은 나의 영역 표시도 씻겨 없어질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이다.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의 한 곳에 은밀하게 마련해 둔 나의 영역은

우기가 되면 그야말로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살아가면서  나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많은 곳, 많은 것에

내 영역 표시를 하며 살아왔을까.

내 집, 내 차, 내 사업, 내 돈----

어디 이뿐이랴, 내 아내 내 아이들까지도 영역 표시를 하려고

기를 쓰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내 삶에도 우기 (雨期)가 찾아오면

내 영역 표시는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오늘 아침엔 탄자니아에서 밤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던

하늘의 별들을 기억하며

탄자니아에서 사 온 커피 한 잔을 아주 맛나게 마시고 싶다.

Title: Tanzania Diary - Where is My Territory?
As I grow older, there are many things that change. Not only psychologically, but also physically.
In my younger days, I could drink coffee in the evening and still sleep well. But now, if I have coffee in the afternoon, it robs me of the happiness of sleep that night. Like my face is above water while my body is submerged, a cup of afternoon coffee has such a powerful effect that it disrupts me sinking into a deep sleep.
So, I made it a rule not to drink coffee after noon, though I've found myself breaking it occasionally during heartwarming conversations with good company, only to find insomnia waiting for me as an uninvited guest.
Thus, it's been about 6-7 years since I decided to only drink coffee in the morning. However, I never entertained the thought that drinking coffee in the morning would solve all my problems. Especially in the cool late autumn or winter days, drinking coffee leads to a phenomenon where I inevitably need to urinate about an hour later.
Nowadays, as an unemployed person, I don't think twice about having coffee in the morning. But when I have to go to work, I sacrifice that morning cup of coffee, only to enjoy it later at work. Yet, even now, if I have to go out, I calculate whether I should have coffee before leaving.
However, during my recent safari trip to Tanzania, something I had always feared due to coffee happened, not just once, but twice.
If I were to list two reasons why I should go to Tanzania again, it would be to see the twinkling stars in the night sky and to taste the coffee from Tanzanian mountains.
Tanzanian mountain coffee, as Arabica beans, perfectly suited my taste. I was always happy with coffee anywhere in Tanzania.
On the day we first went on a Game Drive in Serengeti National Park, I had coffee without much thought along with breakfast. And as usual, when it comes to coffee, I place myself among the connoisseurs. Two cups of coffee started to take effect about an hour and a half after leaving the hotel.
While driving the safari truck, Simon, our guide, told us how animals, including lions, mark their territory by scratching trees with their claws or rubbing their bodies against rocks to leave scent marks and defecate in their territory as a warning sign to prevent other animals from trespassing.
Eventually, thanks to coffee, in a corner of Serengeti, the kingdom of animals, I established my territory. Such human territorial marking is an inevitable "necessary evil" even among people within the national park, as Simon and David, our guides, sometimes marked their territories too.
Since March, the area where Serengeti National Park is located enters the rainy season, and there will be many rainy days for several months. Then, it's too obvious that my carefully marked territory will be washed away. My discreetly arranged territory in a corner of Tanzania will surely vanish into thin air once the rainy season arrives.
How often, and in how many places and things, have I marked my territory in my life? My home, my car, my business, my money—haven't I tried to mark my territory even with my wife and children, putting in effort?
When the rainy season comes in my life, all my territorial markings will disappear.
This morning, remembering the stars in the sky that I looked up to every night in Tanzania, I want to enjoy a cup of coffee brought back from Tanza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