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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Pienza 일기

Pienza 일기 - 동네 한바퀴

Pienza 일기 - 동네 한 바퀴

                  산책 중에 만난 라파엘과 마리안, 그리고 마을 주민 cynthia

 

10 월 한 달을 Pienza에 살면서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과의 교류를 되도록 많이 하면서 지내려는 노력을 했다.

Pienza는 길과 길, 골목과 골목이 연결되어 있다.

교황 비오 2세가 자기 고향을 다시 설계해서 건설한 곳이 Pienza라고 하는데

내 생각으로 Pienza는 기본적으로 건물과 건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중심 개념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메인 스트릿을 따라서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내 보폭으로  500 걸음이 되질 않는다.

메인 스트릿을 사이에 두고 양 쪽으로 골목이 있는데

그 길이도 200 걸음이 채 되질 않는다.

참 작은 마을이다.

 

그래서 마을 산책을 할 때에는 이 골목 저 골목을

무작정 헤매고 다닌다.

그러니 이 작은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코스의 경우의 수를 

내 머리로 계산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제법 날이 덥고 쨍쨍한 날 산책을 나섰다.

골목길에 퍼질러 앉아 있는 남녀와 또 한 여인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미 동부의 로드 아일랜드에서 여행을 온 미국인 부부와

동네 주민 Cynthia가 반을 점유하고 있는 골목길을 지나가다

나도 대화에 슬쩍 끼었다.

 

여행객은 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몬테풀치아노를 거쳐 Pienza에 왔는데

날도 덥고 해서 길 가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다가 동네 주민 Cynthia를 만난 것 같았다.

라파엘과 마리안 부부는 둘 다 이탈리안을 조상으로 두고 있어서인지

Cynthia와 제법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특별히 마리안은 말을 하는 건 몰라도 이탈리아어를 70-80% 정도는 이해를 하는 것 같았다.

 

라파엘은 hip 부근의 뼈에 문제가 있어서

두 다리의 길이가 다르다고 했는데

신시아 또한 같은 문제로 고생을 하다가

수술을 받고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며

라파엘에게도 수술을 받으라고 권유를 하기도 했다.

 

라파엘이 부지런히 그 작디작은 마을을 걸어 다니지 않고

골목길에 앉아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Cynthia는 나중에  자기 집에서 커피까지 끓여 내와 우리를 대접했다.

 

커피를 얻어 마신 죄로

우리는 Cynthia의 첫 번째 남편과 현 남편을 만난 이야기며

사랑하는 자기 아이들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알고 보니 라파엘과 마리안도 재혼인데

현재 결혼 생활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삶이 좀 철학적이고 고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상주의자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아픔과 기쁨이 묻어나는 삶과 만나는 것도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서

공감과 위로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도 소중한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Pienza라는 마을의 길이 서로서로 이어지는 것은

바로 사람들 사이가 이런 공감과 위로로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설계되어서일 것이다.

Cynthia는 나중에 나를 점심 식사에 초대를 한 번 하고 싶다고 했다.

 

그날 밤 나는 오후에 커피를 얻어마신 죄로

불면의 형벌을 받았다.

그러나 뒤척이는 시간 동안

낮에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누었던

기쁨과 아픔의 감정을 곱씹을 수 있었다.

내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지고 따뜻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내 삶도 조금씩 깊어지는 것 같다.

 

우리집 발코니의 포도나무 잎에 가을물이 들기 시작했다.

꽃화분을 가꾸는 이웃주민인 아줌마는 때로 문턱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발코니 밖 광장엔 석류나무의 석류가 일어가고

서 ㅍ프란티스코 성당 안에서 본 풍경.

피콜로미니 궁과 성 프란치스코 성당 사잇길 

아치 건너 편으로 발도르차의 풍경이 널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