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nza 일기 - 당신이 얼마나 귀여운지 아세요?
오늘 일정은 성 프란치스코가 태어난 아씨씨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아씨씨는 4 년 전에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Pienza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이다.
아침 7 시가 좀 넘어서 집을 나섰다.
여기에 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오늘 아침처럼 쌀쌀한 적이 없었다.
긴 팔 옷을 하나 가져가려다가 말았다.
아치피 해가 나면 햇살은 아주 맵게 내 살갗에 내려앉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주차장에 가 보니 차는 온통 이슬이 맺혀 있었다.
일교차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와이퍼로 차창의 물기를 닦고 히터로 물기를 마려야 했다.
사이드 미러는 종이로 물기를 다 닦아내고서야 출발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시보드에ㄱ 노란 경고등이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타이어의 압력에 이상이 생겼다고 차는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노래졌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내 차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면
내 머릿속에는 1 분도 안에
플랜 A부터 플랜 C까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이탈리아,
그리고 우리가 묵고 있는 집에는
가전제품을 한꺼번에 한 개 이상 사용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안내문이
벽에 붙어 있는 외딴 지방 마을이다.
혹시 타이어에 작은 구멍이라도 나서
길을 가는 중에 덜컥 차가 서야만 하는 상황을 맞기라도 하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보통 낭패가 아닌 것이다.
아내는 자기가 애리조나에 갔을 때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온도차가 심하게 날 때 그럴 수도 있다고 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나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타이어를 살펴보았다.
눈으로 보기에는 타이어에 별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가던 길을 가다가 문을 연 주유소에 들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주유소 직원의 소매를 끌고 와서
우리 차의 경고등을 가리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차를 건물 옆으로 주차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에어 펌프로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했다.
차 문을 열고 어딘가에 있는 적정 타이어 압력을 확인하고
일을 시작하는 그에게 믿음이 갔다.
타이어 네 개에 모두 공기를 채우더니
이제 괜찮을 거라고 그가 말했다.
정말 언제 경고등이 들어왔었는지
거짓말처럼 편두총처럼 나를 괴롭히던
노란빛의 경고등은 말끔하게 자취를 감추었다.
"얼마를 내면 될까요?"
그는 손사래를 치며 그냥 가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자기가 하던 일을 하러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나는 그에게 마음으로 거수경례를 했다.
아씨씨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노부부를 보았다.
내리막길 위에 놓인 걸음걸이도 불안해 보였는데
남편 되는 분은 손도 떠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 노인은 아이스 크림을 입에 넣다가
초콜릿 빛깔의 아이스 크림으로 입주위를 무자비하게 범벅을 만들어 놓았다.
할머니는 웃긴다고 박수를 치며 남편을 놀렸다.
나는 지나가다가 메고 가던 가방 속에서
티슈를 꺼내어 말없이 남자 노인에게 건넸다.
물론 "Do you know how cute you are!" 라는 칭찬의 말도 잊지 않았다.
햇빛 아래를 몇 시간 걸었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여행 이야기 > Pienza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Parma 일기 - 내 사랑 파가니니 (0) | 2023.10.14 |
---|---|
Pienza 일기 - 아름다운 소풍 (0) | 2023.10.13 |
Pienza 일기 - 주일미사 (1) | 2023.10.10 |
Pienza 일기 - 연인들의 언덕(Lover's Hill)에서 (0) | 2023.10.08 |
Pienza 일기 - 물 (0) | 2023.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