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지난 주일에 아침 미사를 마치고
코넥티컷에 있는 Pottery-한국 말로 옮기면 그릇 굽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부터 아내가 선인장 비슷한 다육이라는 화초를 기르는데 취미를 붙였습니다.
그러니 자연 맘에 드는 화분을 몇 개 샀는데
화분에 찍힌 이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집에서 한 두 시간쯤 운전하면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몇 주를 미루다가 겨우 기회를 만들어 다녀 온
코넥티컷의 시골 마을에 있는 그 곳은 작고 아담하며 아주 평화롭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도예가인 Wolff씨는 우리 부부를 아주 정답게 맞아주었습니다.
작업실 곳곳을 안내해 주었고 손수 화분 만드는 작업 과정을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보여주었습니다.
그 분의 손 안에서 흙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점차 화분의 모습을 갖춰갔습니다.
30년 넘게 흙을 만진 그 손이
한 갓 흙덩어리를 아름다운 화분으로 변화시켜 가는 과정이 참으로 신기하고 신비롭기까지 하였습니다.
무늬 하나 손으로 빚을 때도 혼신의 힘을 다 하는 그분의 모습이
참으로 경건하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마치도 거룩한 종교행위를 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사람을 창조시하는 일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흙에서 화분을 빚어냄으로써
아무런 값어치가 없던 흙이 우아하고 쓸모 있는 화분으로 변한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하느님의 손에 의해서 고귀하고 유용한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지요.
아무런 욕심 없이 창조주의 뜻에 맞갖게 사는 삶이
가장 아름답고 잘 사는 길이라는 생각이 화분 만드는 과정 동안 마음속에 화분의 무늬처럼 새겨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옆에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그네들이 은근히 보내주는 유혹의 손짓을 뿌리치지 못하고
차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자운영, 망초 꽃-이렇게 아내가 이름을 알고 일러주는 꽃 외에도
보라 색, 노란 색, 흰 색등으로 초록색의 풀잎과 조화를 이룬 들꽃이 이루어내는 풍경이 황홀했습니다.
비록 작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 나름대로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들꽃이나 화분이나 사람도 자기가 있을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아닐까요? (가톨릭 방송 원고 중에서)
코네티컷의 시골 마을에 위치한 Wolff씨의 Pottery.
속도를 내서 달리가 보니 지나쳤다, 다시 돌아왔다.
길 옆에 세워둔 마차와 화분들이 간판을 대신하고 있었다.
화분 만드는 곳 주위엔 제라늄이 빨갛게 익어 있었다.
건물엔 미국 국기와 Union Jack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아마도 Wolff 씨는 영국인의 후손이아고 짐작할 수 있었다.
하기야 New England 지방의 백인들이야 거의 초창기 영국인들 후손이다.
살림짐이 있는 곳 주변은 야생화 천지이다.
자연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고
잔 손길이 많이 간 것 같기도 해서
자연과 인공의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참으로 절묘한 gardening 솜씨다.
이 열매는 Currant라고 해서 작은 포도 종류다.
빵을 구울 때 건포도처럼 말려서 같이 굽는다.
이 집 아들이 느닷없이 찾아온 동양인 부부에게 낯도 안 가리고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3, 4년 전이어서 사진에 찍힌 우리 부부의 모습이
지금보다는 훨씬 젊어 보인다.
세월의 힘.
Pottery안에는 이미 구원진 화분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Wolff씨는 초대 받지 않은 우리 부부를 위해 화분 만드는 과정을 소상하고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너무나 친절한 Wolff씨는 우리 때문에 점심 식사도 못 했다.
친절한 Wolff씨!!
그냥 흙덩어리가 Wolff씨의 손에서
서서히 형태를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한 과정 한 과정 혼신의 힘을 다 하는 Wolff씨에게서
땀이 흘렀다.
아마도 하느님께서 아담과 이브를 빚으실 때도
많은 땀을 흘리셨으리라.
그래서 땀 흘리는 사람의 모습은 하님과 아주 가까울 것 같다.
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카세트 라디오가
작업 중인 Wolff씨에겐 유일한 친구.
구경하는 우리는 이미 잊었다.
Wolff씨와 흙은 이미 하나가 되었다.
하느님과 나도 하나가 아닐까?
창조는 이름을 부여하는 거룩한 행위가 아닐까.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흙이라는 존재가
화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
일본 항아리도 있고
자신이 만든 그릇과 화분들도 죽 늘어 놀았고,
얼마 전에 한국 식쿰점에 가서 산 항아리도 한 자리 차지학고 있었다.
빗살무늬 토기? = 석기시대? 언젠가 배운 것 간은데
맞나?
뜰에도 여기저기 화분과 그릇들이 놓여 있다.
너무나 한가롭고 평화수러웠던 느낌이 다시 살아난다.
Pottery로 들어가는 문에 달린 잠금장치.
이미 낡아서 제 구실을 하려나?
아무려나 그냥 장식으로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
아내는 화분 몇 개를 샀다.
Wolff씨는 자기 싸인을 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새 그림이였다.
새가 깃들어 있는 화분.
Wolff씨와 우리 부부의 인증 삿
화분을 빚는 동안
Wolff씨의 아내는 정원 일에 빠져 있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과 정원은 더 이상 경계가 없다.
정원과 이미 어우러져 한 풍경이 된 Mrs. Wolff는 우리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 자운영이 흐드러지게 핀 풀 밭에서
잠시 쉬면서
키 작은 꽃들과 눈 맞추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곳에서
누가 아름답다 예쁘다 하지 않아도,
제 철이 되면
꽃을 피우는 저 풀꽃들.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렸다.
커피 한 잔 마시러 들렸던 길 가의 소핑몰 한 귀퉁이에 서 있던 곧중전화 박스.
전화기는 없었다.
그리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고 해도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도 지난 날의 나 자신과 통화를 하고 싶었었는데
수화기도 없었고
전화선도 없었다.
사라져 가는 것들,
사라진 것들-------
나의 삷, 나의 시간들.
아무도 찾는 사람 없이 속절 없이 비만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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