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에 - 사랑의 언어(Love Language)
내가 일어나는 시간은 거의 일정하다고 볼 수 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달라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시간은 새벽 4 시에서 다섯 시 사이다.
2022 년 새해 첫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 해 첫 번째로 눈을 뜨고
나는 여느 아침과 다르지 않게
아파트 1 층의 Gym으로 향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하루 일정을 브리핑해 주었다.
(브리핑이라고는 하지만 일종의 지시 사항이다.)
둘째와 셋째 딸이
우리 집에 와서 함께 만두를 빚어
점심 식사를 함께 할 예정인데
그전에 우리 둘만의 새해맞이 바닷가 산책을
일정에 끼워 놓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새해 첫날
몸이 시원치 않음이 감지되었다.
몸이 오슬 거리는 신호가 감지된 것이다.
정말로 추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안개도 짙고 비도 부슬부슬 내려서
그냥 집에서 머물고 싶어서
꾀병을 앓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릴 때 숙제를 하려면
심한 두통이 연필을 잡는 동시에 어김없이 날 찾아왔다.)
그럼에도 나는 아내와 함께
비가 살살 뿌리는 바닷가로 나갔다.
온도는 화씨 50도 정도로
겨울 날씨라고 하기엔 훈훈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까닭인지
내 몸은 바람처럼 오슬거렸다.
열 블록 가량만 걷고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와 비교하면 걷는 시늉만 하고 돌아온 것이다.
그럼에도 아내는 만족한 것 같았다.
사실 내 마음이 산책을 하자는 아내의 제안(지시)이
별로 탐탁하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따른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내가 아내의 제안에 순순히 따른 것은
Gary Chapman이라는 사람의 책 'Love Language (사랑의 언어)'에서
제시하는 사람의 감정 탱크를 채우는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를 알기 때문이다.
작가 Gary Chapman에 따르면
사랑의 언어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말한다.
사랑의 언어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한다.
Words of Affirmation : 따뜻하고 사랑과 격려 및 칭찬이 담긴 말,
Acts of Service : 상대방을 위한 봉사. 설거지나 집 청소, 심부를 같은 일을 하는 것.
Receiving Gifts : 말 그대로 마음이 담긴 선물을 하는 일.
Quality Time : 함께 있음으로 좋은 시간을 갖는 일.
Physical Touch : 말 그대로 등을 토닥이거나 허그 같은 신체적인 접촉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일.
모든 사람은 자신의 감정 탱크를 갖고 있고
그 감정의 탱크를 채우는
자신만의 사랑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 탱크가 사랑의 언어로 채워지면
삶이 윤기 있고 활력이 넘치지만
감정의 탱크가 빈다면
삶 자체가 우울하고 거친 광야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사람들마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표징으로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 모두로
자신의 감정 탱크가 채워지기를 원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우세한 사랑의 언어가 있는데
그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오래전에 아내와 나는
각자의 '사랑의 언어'에 대한 제법 진지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각자의 우세한 사랑의 언어를 찾아내었다.
내 경우,
가장 우세한 사랑의 언어는 'Words of Affirmation'이다.
누군가가 "글이 너무 좋아요."라거나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요."라는 칭찬의 말을 들으면
몸이 풍선처럼 공중으로 떠오르는 기분이 든다.
아내에게 "이 세상에 당신 같은 남편이 또 있을까?",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빠야." 같은 말을 들을 때면
이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것보다 더 행복하고 뿌듯한 기분이 든다.
아내의 감정 탱크를 채우는
가장 우세한 사랑의 언어는 'Quality Time'이다.
함께 tv를 보면서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맞장구치며
등까지 토닥여주면 그야말로 아내는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
결국 어제 내키지 않았었도
아내와 빗속을 둘이 걸었던 것은
아내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비록 비가 내리긴 했어도
남편과 함께 새 해 첫날에 함께 걸었다는 상징 하나만으로도
올 한 해 두 사람이 발맞추어
잘 걸어갈 수 있다는 희망과 행복감으로
아내는 자기의 감정의 탱크를 채웠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일 년 내내 집안 청소나 설거지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는 내가,
그리고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거룩한 날에 선물 한 번 하는 일 없이
하루 세 끼씩 거르지 않을 수 있음은
오로지 그녀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알고
가능하면 그녀의 감정의 탱크를 채우는 일에는
게으름 부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내는 글 마치면 산책을 나가자고
등 뒤에서 제안(명령)을 한다.
나는 지체 없이
"네!"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간교하게(지혜롭게), 그러나 은밀하게---
이게 내 생존의 방법이자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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