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 틈 2
노구치 뮤지엄을 나와
주차한 곳으로 돌아올 때였다.
우리는 제법 운치 있던 강변길을 포기하고
공장과 창고가 있는 길을 골랐다.
차도 거의 다니질 않았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날씨는 화창했으나
거리 풍경은 스산하기 그지없었다.
공장 지역이 끝나고
주택과 상가가 시작되는 곳에 이르렀는데
어느 집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
풀꽃이 피어 있었다.
온통 콘크리트와 시멘트가 덮여 있는데
집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 한 뼘 정도의 틈이 있었고
거기에 풀꽃이 자라서
빨간빛 꽃 몇 송이가
위태롭게 줄기 위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콘크리트 사이의 틈,
그리고 흙,
그리고 풀꽃.
스쳐 지나갔지만
마음속으로는 한참을 드려다 보았다.
그리고 자세히 보았다.
애처롭고도
대견했고,
그리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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