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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유럽 여행

모나코 왕국

모나코 왕국 - 사람들은 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가

 

우리 부부와 처제 부부는 밀라노 기차역에서 접선을 해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해변을 끼고 달려 

마침내 프랑스의 남쪽 휴양 도시 니스에 도착했다.

 

우리는 뉴욕을 출발해 밀라노에 도착해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밀라노 역으로 가서

그 날  아침 북부 도시 볼자노를 출발해

밀라노 역으로 온 처제 부부를 만나서 4인조 여행단을 만든 것이다.

 

동서가 안식년을 맞아 이탈리아의 북부에 있는

볼 사노 대학에서 연구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우리 부부도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식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감행한 결과로 여행단이 구성된 것이다.

 

우리 넷은 이탈리아 여행부터 시작해서

스페인,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의 나라를 다니며

여행을 한 경력이 있어서 

바로 만나도 척척 팀웍이 맞는 환상의 여행단이다.

 

그런데 니스에 도착했는데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는 문제 없이 호텔에 여장을 풀었는데

처제 부부가 얻기로 한 아파트의 방 열쇠를 받는 데

접선에 문제가 생겨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우리는 그 날 저녁 모나코 왕국에 갈 예정이었다.

기차를 타고 가면 25 분 정도면 갈 수 있는데

시간의 여유가 별로 없어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4인조 여행단의 장점은 때로 대중 교통을 이요하는 것보다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아주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무작정 모나코 왕국으로 향했다.

프랑스 인 택시 기사와 영어로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어찌어찌해서 우리는 모나코 왕국에 입국했고

경치 좋은 높은 곳에 내렸다.

 

모나코 왕국과 바다가 잘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아무런 목적지도, 목적도 없이 우리는 모나코를 찾은 것이었다.

 

우리의 여행은 늘 그랬다.

 

발 디딘 곳에서 우리의 길은 시작되었다.

길은 아무 데도 없고,

길은 결국 아무 데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한적한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어슬렁거렸다.

모나코는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내려다 보면

손바닥 하나로 다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나라였다.

거리는 아주 한적하고 조용했다.

육지 가까운 바다에 요트로 보이는 배 몇 척이 그림처럼 고요히 정박해 있었다.

 

마치 부산같이 바다를 마주한 산 등성이를 따라

다닥다닥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모나코인데

아마 규모는 부산보다도 훨씬 작을 것 같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우리는 이미 하늘이 곱게 물이 들기 시작하는 걸 보고

바다 근처로 하산을 시작했다.

집들 사이로 아주 작은 길이 나 있어서 번화가로 내려올 수 있었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아주 우아하고 서비스도 아름다운 이탈리아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미 사위는 먹물 같은 어둠이 감싸고 있었다.

어둠이 짙을수록 사람들의 목소리도 데시벨이 오르기 시작했다.

배가 부르니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시 모나코에서 프랑스의 니스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과 달라서

우버를 쉽게 부를 수가 없었다.

대중교통도 눈에 띄질 않고 해서 우리는 기차역까지 걷기로 했다.

그런데 니스로 가는 마지막 기차 시간까지

20 여분 가량 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아차린 우리 일행은

잰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니 뛰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비씬 저녁을 먹고 열량을 순식간에 다 날려버렸다.

계속 길을 가면서 길을 물었는데

사람들마다 다 달리 가르쳐주는 것이 아닌가?

길을 잘 못 들어 지하차도로 들어가서 헤매기도 했는데

인도가 끝나는 곳에 이르러도 기차역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가던 발길을 돌려 겨우 기차역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마지막 기차가 도착하기 5 분 전이었다.

기차표를 샀는지 아니면 무임승차를 했는지 기억에 없다,

기차표를 샀다고 해도 잘 못 갔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다행히(?) 막차라 그런지, 아니면 짧은 거리여서인지

검표원을 만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그레이스 켈리가 한 때 왕비로 살았던 나라,

몬테 카를로 카지노의 나라,

그래서 기차역 이름이 몬테 카를로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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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기 전이나 다녀온 뒤나

별로 아는 것이 없는 모나코는 갈 때는 쉽게 갔지만

돌아올 때는 발에 땀이 날 정도로 힘이 들고 조바심이 났다.

 

아무 생각이나 준비도 없이 떠난 길,

 

쌩떽쥐베리가 그랬던가,

"사람들은 갈 길 만 생각하고

왜 돌아올 길은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여행은,

그리고 길은 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