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쇼 St. Paul de Vence
니스에서 시내(외) 버스를 타고 스물몇 정류장을 가면
St. Paul de Vence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많은 화가들이 사랑했던 곳.
그런 까닭인지 성 아래 마을의 번화한 거리를 지날 때
르누아르의 박물관을 만날 수 있었다.
St. Paul de Vence 정류장에 내려서
성으로 가는 길에 작은 광장이 있는데
거기에는 갤러리와 식당이 있고, 공터의 좌판대에서 상인들이
마른 과일과 간단한 음식, 그리고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내 눈을 끈 것은 socca라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청년이었다.
socca는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도 먹는 길거리 음식인데
chickpea를 갈아서 오리브 오일과 함께 구운 팬케이크 같은 것으로
청년은 드럼통에 장작으로 불을 때서 socca를 구워서 팔고 있었다.
한마디로 건강한 음식으로 여겨져서
간식이나 점심으로 사 먹으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장터를 한 비퀴 돌고 오니
청년은 이미 자리를 뜨고 있었다.
정오쯤 되었을까, 그 청년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귀갓길에 오른 것이다.
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준비한 양만큼 다 팔고 돌아가는
청년의 뒷모습이 부럽고 또 아름다웠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서 성으로 들어서면
음식점과 갤러리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사람들을 맞는다.
성 안의 대부분은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식당과 갤러리가 상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유명 화가들이 사랑했던 곳이라 그런지
갤러리 안의 작품들도 제법 수준이 높은 것 같았다.
성의 입구 반대편에 마을의 공동묘지가 있는데
그곳에 샤갈의 무덤이 있다.
미술에 무지한 내가 좋아하는 서양화가 중에
고호와 샤갈이 있는데
샤갈의 무덤과 고흐의 무덤을 모두 방문하는 행운(?)을 누렸다.
샤갈의 무덤 위에는 여러 가지 사연을 적은 조약돌이 놓여 있었고
간간이 동전이 눈에 띄었다.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 같은 것들을
소환하는 그림을 그린
샤갈이 잠들어 있는 무덤을 찾아간 것이
분명 내 삶에서 가슴 뛰는 경험임에 분명하나
추억이기도 하고 신화이기도 한 샤갈의 무덤을 보는 것은
그런 것들이 내 소중한 정서의 창고에서 사라짐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15 세기에 건설되어
변형되지 않고 본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성 안의 한 살림집 지붕에 tv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안테나 위에 비둘기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그 안테나를 통해 세상을 떠난 샤갈과
서로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비둘기에게 내 마음을 적은 편지를
샤갈에게 전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 시간쯤 성 안의 골목길과
성곽을 걷다 보니 허기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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