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햇살의 위로
허리 아픈 하루였다.
이틀 동안 시원하던 날씨가
오후에 갑자기 습기를 잔뜩 머금고 더운 숨을 내뿜었다.
날씨만 대적하기에도 힘이 겨운데
다른 일까지 겹쳐
양수겸장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살아내면
또 살아지는 거다.
저녁을 먹고 창 가를 보았다.
창턱의 다육이들 위로 저녁 햇살이 내려앉았다.
잎이 빨갛게 익었다.
추위와 더위, 그 차이가 심하면
잎이 그렇게 빨갛게 된다고 한다.
춥기만 해서도 안 되고
덥기만 해도 안 된다.
그 둘이 다 어우러져야 비로소 빨간 물이 든다.
나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더위와 서늘함이 어우러져
그 차이를 살아내기가 힘에 겨워도
삶의 저녁에 고운 햇살이
내 빰에 살포시 내려앉으면
누가 알겠는가,
내 빰도 오늘 저녁 다육이처럼
그렇게 빨갛게 물이 들런지.
하루의 위로,
삶의 위로가 되는
햇살이 참으로 고운 오늘 저녁.
지상에서의 마지막 날 맞는 오후의 햇빛도
오늘만큼만 고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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