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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꽃향기의 기억

꽃향기의 기억 

 

Whitehead Mountai 중턱에서 만난 꽃

 

오늘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늘 그러하듯이 동네 화원의 담장 옆에 

아침에 마시는 커피 시간만큼을 머물렀다.

담장 옆으로 고개를 늘어뜨린 덩쿨에 달린 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산책을 다니던 어느 아침,

아마 햇살 반짝이던 5 월이었을 것이다,

그 향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산책을 하는데 꽃향기가 코 끝에서 나비처럼 살랑거렸다.

재스민과 비슷한 향기가 나던 그 꽃은

나중에 아내의 조사 결과 구슬 댕댕이로 밝혀졌는데

그 향기가 얼마나 단지

화원 옆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머물면서 가능한 한 많은 향기를 들이마시려고 했다.

값없이 마실 수 있는 향기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내가 얻어누리는 축하이며 축복 같은 것이었다.

 

그 향기는 공기가 더워지면서

점점 희박해져 가기 시작했다.

아내 말로는 꽃이 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슬 댕댕이는 꽃보다 향기가 더 아름다운 식물인 것 같다.

 

흰 빛이 나던 꽃이 사라지며

구슬댕댕이는 초록빛 덩굴만 남게 되었다.

꽃도 없고 따라서 향기마저 사라진 구슬 댕댕이는

주변에서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에게 정신을 쏟다 보면

자칫 잊혀지기 쉬운 그런 종류의 식물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오래 일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때처럼

아주 천천히 오래 그 옆에 머물렀다.

꽃과 향기는 사라졌지만

아름답고 달콤한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아침에 구슬 댕댕이 옆에서 나의 죽음을 생각했다.

내가 죽은 뒤에

누군가가 나의 빛과 향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의 삶은 나에 대한 기억의 양과 질만큼 

남을 것이고

또한 그것이 내 삶을 평가하는 저울이 될 것이다.

 

죽는 날까지

열심히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풍기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오늘 아침 꽃이 다 진 구슬댕댕이 옆에서

괜스레 코를 벌름거리며 

다짐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