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암스버그 다리를 건너며
부르클린에서 맨하탄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3개가 있다.
Manhattan Bridge와 Brooklyn Bridge, 그리고 Williamsburg Bridge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 Williamsburg Bridge는 내가 20 년 넘는 세월 동안 출퇴근 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다니던 다리다.
아침에 세탁소로 출근할 때는 몰라도 저녁 때 집에 가려고 이 다리를 건널 때면
늘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Traffic 때문이다.
지금도 이 다리의 교통 체증은 해결책이 없다.
다행히도
이젠 이 다리를 출퇴근 하기 위해 건너 다닐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주일 아침에는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너며 아침 해를 만나고 싶어하는 마님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였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마님과 함께 다리 건너는 것이야 따뜻한 죽 먹기였다.
아침 4 시 반 기상.
차로 다리 아래까지 이동을 했다.
빈 자리에 주차를 하고 다리로 향했다.
나는 작년 가을에 혼자서 Brooklyn Bridge를 걸어서 건넌 적이 있다.
차이나 타운과 Little Italy를 구경하고 Williamsburg Bridge를 지나 아파트로 돌아온 적이 있다.
그런데 부르클린 쪽에서 맨하탄 방향으로 갈 때는
자전거 도로와 사람들이 걷는 길이 분리가 되어 있는데
지난 가을에 걸었던 경험이 있음에도
인도의 입구가 어디인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다른 도리가 없어서 길을 건너서
내가 알고 있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른 시간이어서 자전거는 그리 많이 다니지 않을 거라는 계산에서였다.
예상대로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간간이 지나 다니기는 했어도
그들에게 민폐를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
다리 1/3 정도 지나니 부르클린 쪽 하늘에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님은 집을 나오기 전에
싸인펜과 립스틱을 이용해
다음날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지정 병원으로 출근하는
딸을 응원하는 작은 포스터를 하나 마련했다.
그것을 들고 사진을 찍어 딸 아이에게 전송을 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가
딸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거의 전부였다.
다리를 건너 강변으로 향했다.
맨하탄은 알려진 대로 섬이다.
맨하탄의 서 쪽은 허드슨(영어로 발음하면 헛슨) 강이 흐르고
동쪽에 는 동강(East River)이 흐른다.
그렇게 오랜 세월 그 옆을 다니면서도
걸어서 강 변을 걷기는 처음이었다.
강을 따라 산책로가 예쁘게 이어지고,
사람들은 그 길에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아침을 맞고 있었다.
물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산책로 옆에는 야구장과 축구장, 테니스 코트 같은 운동시설이 있고,
사이사이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입구는 닫혀 있고
따라서 운동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평소 같으면 축구를 할 시간인데
빈 운동장을 보니 공연히 안타깝고 맥이 빠졌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온 엄청난 재앙은
평범한 일상을 전혀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모든 것이 지나가면
당연하고 평범한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부르클린과 맨하탄을 잇는 Williamsburg Bridge.
자전거 전용 도로.
인도의 입출구가 어디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부득이 자전거 전용 도로를 이용했다.
이른 시간이어서 자전거는 거의 다니지 않았다.
누군가가 청혼을 했나 보다.
Sara는 ok 했을까?
다리 아래 건물 옥상에 설치된 광고판
한글이 눈에 띄어서 일단 찍었는데
무슨 광고일까?
고개를 돌려 보니 부르클린 쪽 하늘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
강 건너 맨하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다리 아래를 흐르는 East River.
오른 쪽 아래 불이 들어온 곳은 Domino Park.
다리를 건너 East River에 이르니
막 해가 뜨고 있었다.
둘째 딸을 위한 작은 격려 카드
강변 산책로.
첫 햇살을 받는 아내
딸에게 사진 전송
강변 공원에는 벚꽃이 한창
다리로 돌아오는 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문을 닫은 작은 카페
Pub의 벽화
사람이 마차를 끌고,
말은 마차를 타고----
사람도 말도 다 행복하다.
모두가 행복한 곳,
이 곳이 천당이다.
마차 뒤에 보이는 술의 위력일까?
상호가 재미있다.
태국 음식점인 것 같은데---
물론 문은 다혀 있고.
골목의 간이 식당.
급히 피난이라도 간 것 같은---
활기 찬 도시 뉴욕의 현재 모습이다.
Chin up NYC
고개를 들라 뉴욕시여.
멀리 무너져 내렸던 곳에
다시 지은 WTC가 보인다.
차를 이 곳에 주차했다.
'Peter Lugar'
100 년도 넘은 스테이크 하우스.
맛이 좋다고 소문난,
그래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곳.
얼마나 장사가 잘 되는지
예약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곳.
현찰만 받는 곳.
그러면 뭐하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꼼짝없이 문을 닫아야 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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