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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 (1)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 (1)

나의 아침 일과는 족욕으로 문을 연다.

언제부터인지 아침 잠이 없어진 까닭으로

새벽 네 시나 다섯 시가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면역력을 높이는 데 족욕이나 반신욕이 좋다는 말을 들어서

나는 비교적 큰 시간이나 비용이 들지 않는 족욕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다.

꾸준히 족욕을 한 탓인지

올 겨울은 아직까지 감기 비슷한 증세조차도 없이

이 순간까지 잘 지내고 있다.

 

족욕이 끝난 다음에는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를 한다.

 

축구를 해서 하체는 문제가 없는데

오랫동안 상체 운동을 하지 않아서

상체의 근력이 허약한 까닭으로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달 전인가 처음 윗몸 일으키기를 시작할 때는 

한 번을 하는 것이 힘에 겨웠다.

그것도 그럴 것이 체중이 젊은 시절보다

20 여 파운드가 늘었는데

그 체중이 거의 배 주변에 집중적으로 층을 이루며 

작은 동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낑낑거리며 상체를 들여 올려도

팔꿈치와 무릎이 닿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

 

처음 윗몸 일으키기 할 때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는 

팔꿈치와 무릎 사이였다.

 

닿을 수 없는 거리였다.

 

그 절망감이란------

 

그런데 운동 시작과 함께 다이어트도 시작했다.

간헐적 단식을 하며 군것질도 거의 하지 않았다.

당연히 체중도 줄었고,

작은 동산 같던 내 배도 이젠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 할 정도로 야트막해진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스물 다섯 번을 했는데

상체를 오르고 내릴 떼 아주 천천히 하는데

배와 허리 주변의 근육의 고통이 대단하다.

그 고통 때문에 처음 운동 시작하기가 망설여지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고통과 결심 때문이지

이젠 팔꿈치와 무릎이 오작교처럼 자연스레 만나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 결코 도달할 수 없을 줄 알았던

팔꿈치에서 무릎까지의 거리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거리는 그리 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팔꿈치가 무릎에 닿지 않는다고 해서

지옥을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세상에서 먼 거리는

돌아선 마음과 마음 사이일 것이다.

 

"서로 등을 돌리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야 다시 만날 수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서로 등 돌린 마음과 마음 사이야 말로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일 것이다.

 

고개 돌리기가 힘이 든다고,

먼저 말 건네기가 자존심 상한다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을 때

내가 숨 쉬며 서 있는 그 공간은 바로 지옥이다.

 

먼저 고개를 돌리면

등을 돌린 그 누군가도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통의 딛고 처음 고개를 돌리는 일,

바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