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에서 생긴 일 - 비워라
한 달 가량 보일러가 말썽을 부렸다.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한 가지 보일러 안으로 물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물을 보일러 안으로 밀어주는 펌프는 제대로 작동하는데
보일러 안에 물이 부족해서 자주 보일러에 불이 붙지 않는 것이었다.
한창 일을 해야 하는데 당연히 작업에 방해가 되었고
직원들도 짜증을 냈다.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보일러 안으로 들어가는 파이프 중 보일러에서 가장 가까운
밸브가 나쁜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첵밸브라는 것으로 보일러 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막히면 물이 제대로 보일러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전에도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했었고
첵 밸브를 바꾸어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었다.
기술자를 불러서 첵 밸브를 바꾸었다.
그럼에도 보일러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우리 모두의 짜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래서 휴가 중이라고 해서 일주일이나 미루어 두었던 전화를 걸었다.
우리 세탁소의 보일러를 거의 30 년 동안 보아 주고 있는 보일러 전문가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일이 끝나고 난 뒤 사흘 동안 보일러 안의 물을 말끔히 비워 주세요"
보일러에 관한 한, 그의 말은 권위가 있다.
큰 비용이 들어가거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해결될 줄 알고
지레 겁을 먹었던 나에게 그의 말은 희망이 되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일이 끝난 뒤에 밸브를 열고 보일러 안의 물을 빼는
아주 단순한 일이어서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그 효과는 바로 다음 날 나타났다.
곁을 떠나지 않던 두통이 말끔히 사라진 기분이었다.
보일러는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주 시치미를 떼고 제 일을 성실히 해내는 것이 아닌가?
보일러 전문가의 말대로 이틀 동안
일을 마치고 보일러 안의 물을 비웠다.
물론 30년이난 된 보일러는 싱싱한 청년의 심장처럼 잘 작동을 했다.
30 년 동안 수리를 위해
명 차례 물을 뺀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부러 물을 뺀 것은 이 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보일러 안에서 나온 물에는
많은 양의 녹이 슨 쇳가루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흘 동안의 물 비우기가 보일러 작동에 방해가 되는
불순물을 제거하게 한 것이었다.
몸의 건강과 마찬 가지로 정신의 건강 또한
안에 들어 있는 불순물을 제
거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은 아닐까?
지금 하고 있는 간헐적 단식과 함께
눈을 감고 기도와 명상을 통해서
내 몸과 영혼의 불순물을 비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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