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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집을 찾아서 떠난 아주 짧은 여행

집을 찾아서 떠난 아주 짧은 여행


일요일, 아이들이 차를 쓰겠다고 해서 축구를 포기했다.

아내는 새로 계약한 집에 전철을 타고 가보자고 하였다.

날씨는 쌀쌀맞았고

하늘은 꾸물거렸다.


J 라인, Halsey 역에서 츨발했다.

Broadway Junction에서 A라인으로 갈아탔다.

Google에서는 Broad Channel 역에서 S 라인으로 갈아타라고 했는데

우리는 A 라인 종점까지 가보았다.

시간이 널널했기 때문이다.

그 곳이 'Far Rockaway'라는 곳이었다.

A라인에 몸을 실은 사람들에게서 고달픔 같은 것이 스물거리며 풍겨나왔다.


종점에서 내려 반대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로 바꿔타고

Broad Channel 역에서 내렸다.

몇 그룹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는데

모두 서핑하러가는 사람들이었다.

2 년 전 환갑 여행 출발을 Rockaway Beach에서 했는데 그 곳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

"이런 날 서핑하는데 춥지 않냐?"고.

 그 사람은 "물 속은 오히려 물 밖보다 따뜻하고

고무로 된 물 옷을 입으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내가 모르는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서핑이야 하와이 같은 따뜻한 물에서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나랑 이야기한 사람도 40 중반의 나이로 보였다.


60 고개를 넘었는데도 

내가 사는 세상,

내가 보는 세상은 아직도 좁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S라인 기차가 왔다.

S라인은 Broad Channel에서 116 스트릿까지 왕복하는 일종의 셔틀인 것 같다.

종점에서 내려 출구로 나오니

우리가 계약한 콘도가 있는 116 스트릿이었다.


아내는 산책하러 몇 달전에 이 곳에 왔다가

우연히 건축 중인 건물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8 월 말에 우리 집이 팔렸으니

새로 집을 마련해야 할 처지였다으니

호기심 많은 아내가 그걸 놓칠 리가 없었다.


그 건물은 방 하나 짜리와 두 개 짜리,

그리고 제일 꼭대기 층의 방 세 개 짜리가 어우러진 콘도미니엄이었다.

콘도미니엄은 한국에서 말하는 개인 소유의 아파트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우리가 살던 뉴저지 집은 침실만 6 개에 욕조가 화장실이 5 개, 

그리고 화장실이 하나가 있는 말하자면 저택의 범주에 속했는데

그 집을 판 돈을 고스란히 주고 

고작 방 두 개짜리 아파트로 옮긴다는 생각에 이르자 배가 조금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당신이 집 관리 안 할 거잖아요."


아내의 한 마디가 튀어나오려는 내 입을 들이 밀었다.

사실 이 곳에 살면 내가 할 일은 거의 없다.

손재주 없는 내가 집에 살면서  경험했던 낭패스러운 기억들이 떠올랐다.


"포기하고 받아 들이자."


그렇게 해서 우리의 새 보금자리가 전광석화처럼 결정되었다.

살다 보면 집도 정도 들고 윤이 나는 법이니까----


건물 밖으로 나서서 100 발자국 쯤 가면 바다 모래와 바다가 보이는 곳.

살다 보면 혹시 여름날 서핑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숲 속에서 살다가

바닷가에 살면 내가 죽기 전에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조금 넓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바닷가를 잠시 거닐다

우리의 집이 될 건물 바로 옆에 있는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고,

또 그 옆에 있는 카페에서 라떼 한 잔과 

렌베리 오렌지 케잌 한 조각을 아내와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갔던 길을 되돌아 부르클린 아파트로 돌아왔다.

겨울 의 해는 참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Halsey 역. 

역 건물 벽으로 스며든 햇살이 점이을 이루고, 선이 되고----



추운 날임에도 서핑의 열기는 식힐 수 없는듯.


전등의 불빛이 만든 구성.

Broad Channel 역은 바다 가까운 곳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지하철 창문 으로 보이는 다리로는 자동차가 다닌다.



미래의 우리 집 바로 옆에 있는 조형물.

2001 년 11 월 12 일  이 곳에서 추락한

American Airlines Flight 587에 탔던 승객 251 명, 승무원 9 명, 

그리고 지상에서 사고를 당한 5 명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마침 우리가 갔던 때가 사고 추모일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서 꽃이 남아 있었다.

노란 장미도,

노란 리본도

참 덧없고 슬프기만 한 것을.


조형물 사이로 쉴 새 없이 비행기가 날아간다.

J.F.K 공항이 멀지 않아서이다.


건물 밖에 붙어 있는 겅물 조형도.

아내가 장차 우리집을 가리키고 있다.




카페에서

오렌지 크렌베리 케잌

라떼



카페에 걸린 그림

'Rockaway Beach'라는 글씨 안에 지도를 그려 넣은 다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