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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호우(豪雨) 주의보와 호우시절(好雨時節)

호우(豪雨)주의보와 *호우시절(好雨時節)


그녀를 만나러 길을 떠나기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거세지더니

급기야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부었다.

 

아내의 말로는 '호우(豪雨주의보' 발령되었다고 한다.

 

퇴근 시간과 맞물린 교통 상황은

그야말로 상상할 있는 최악이었다.

교통 체증이 없다면 시간 조금 걸리면 닿을 있는 거리였지만

우리는 거의 시간을 안에서 보낸 후에야

땅을 밟을 있었다.

 

이미 주위는 어두웠다.

그리고 비는 강약강약을 되풀이하며 지치지도 않고 내렸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나는 이미 안에 남아 있는 에너지를 탕진해버렸다.

 

목욕재계하고 출발했음에도

시간을 비의 저항을 받으며 운전을 모습은 

이미 싱싱한 기운을 상실한 뒤였다.

 

그녀가 세상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어제 오후 세쯤이었다.

우리의 손주의 탄생 소식은

그러니까 비에 묻어왔다.

 

여자 아이임을 미리 알고 있었으므로

아이의 엄마 아빠는 이미 이름도 지어 놓았다.

 

'Peni(Penelope 애칭)'

손녀는 'Sadie'

손자는 'Desi(Desmond)'

 

손주의 이름은 모두 'Beatles' 사랑하는

아이들 엄마 아빠가 'Beatles' 노래 가사에 나오는

사람 이름들 중에서 고른 것이다.

 

'Peni' 처음 순간

아내와 나의 반응은 "지금까지 신생아들 최고로 예쁘다." 것이었다.

자기 엄마 품에 안겨 있는 'Peni' 보는 순간

모든 피로와 걱정이 스르르 사라지고

마음 속으로 하늘나라의 평화가 밀려들어 오는 같았다.

 

자기 아빠를 따라 새로 태어난 동생을 만나러

Sadie Desi Peni 상견례를 했다.

Sadie와는 달리 Desi 어찌나 격하게 Peni 주물러대는지

겁이 더럭 정도였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좋은 언니와 오빠가 되겠다는 서약을 했으므로

그리 믿을 밖에 도리가 없었다.

 

Sadie 자기 아빠부터 세기 시작해서

Peni까지 세더니

자기 Family 다섯이라고 했다.

어느새 그리 것이다.

 

Peni 어떤 모습으로   것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손주 때문에 행복한데 거기에 하나가 추가되었으니

행복한 마음을 어찌 표현할 있을까?

 

산모와 아이가 쉬도록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사위와 손주들과도 작별하고 병원을 출발했다.

비는 아까보다도 기세 등등하게 내리고 있었고

세상은 캄캄했다.

그러나 그녀를 만난 기쁨은 

그런 비의 기세와 어둠의 위협을 누르고도 남 만큼 컸다.

 

아무리 비가 세차게 앞길을 가로 막아도

내게 있어서 '호우(豪雨)주의보' 기분 좋은 호우()주의보가 되고 말았다.

새로 태어난 'Peni와 함께 우리 손주들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이처럼 비가 세차게 내려도 

그야말로 '호우()시절'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어제의 비는 참으로 좋은 때를 알고 

축복처럼 내렸다.










*호우시절(好雨時節)은  두보의 시에 나오는 구절인데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 뜻

정우성이 주연한 같은 이름의 영화도 있음


春夜喜雨 봄에 내리는 기쁜 비
- 두보

好雨知時節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當春乃發生 이 봄에 내린 비에 만물이 소생한다
隨風潛入夜 비는 바람 따라 이 밤에 몰래 스며들고
潤物細無聲 소리 없이 촉촉이 만물을 적신다
野徑雲俱黑 들길엔 구름 얕게 드리워 어둑어둑하고
江船火獨明 강 위의 조각배 외로운 등불 깜박인다
曉看紅濕處 이른 아침 붉은 빛으로 젖은 곳 보이니
花重錦官城 금관성에는 꽃이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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