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의 할머니가 구우신 과자
Chris가 결혼을 했다.
Chris는 우리 부부와 오랜 친분을 가지고 있는
루스와 로사 부부의 큰아들이다.
루스와 로사 부부는 우리와는 형제처럼 지내기에
아이들 끼리도 사촌 처럼 살갑게 지내는 사이다.
게다가 Chris와 나는 견진성사(Confirmation)의 대부 대자 사이기도 하다.
결혼식은 펜실바니아 주의 주도 필라델피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Villanova University의 성당에서 열렸다.
Villanova University는 가톨릭의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설립했는데
펜실바니아 주에서는 가장 오래된 가톨릭 대학이다.
그리 크지 않은 성당이긴 했어도
거의 성당을 가득 채울 만큼의 하객들이
신랑 신부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Chris와 신부 Alicia가 함께 다닌 대학의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은 참으로 뜻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우리는 필라덱피아 시에 있는 연회장으로 이동해서
피로연에 참가를 했다.
결혼식 피로연은 평범하고 소박하게 진행되었다.
칵테일과 오드볼(hors d'oeovre)에 이어 식사가 제공되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결혼 축하 케익 커팅과
신랑 아버지와 신부 아버지의 스피치도 있었다.
식사 후에는 댄스 파티도 했는데
이 모든 풍경은 아주 익숙해서 특별함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신부 Alicia의 부모님이 이탈리아 계인 까닭인지
얼마나 활달하고 명랑한지 몰랐다.
신랑 신부는 물론이거니와
부모끼리도 서로 잘 어울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결혼식과 피로연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마이크를 통해 어나운스먼트가 흘러 나왔다.
신부의 할머니께서 하객들을 위해 손수 쿠키를 구우셨는데
모두 와서 맛을 보라는 거였다.
그런데 할머니가 구우신 쿠키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다른 모양에 다른 재료를 사용해서 쿠키를 구우셨는데
거기 온 사람들이 모두 맛을 보고
또 집에 가는 길에 싸 갈 수 있도록 종이 박스도 마련해 두었다.
모양 따라 재료 따라 다른 맛과 향기를 가진 쿠키는
다음 날 집에 돌아 오는 길을 심심하지 않게,
썩 훌륭한 동무가 되어주었다.
내가 Chris의 결혼을 특별히 여기는 것은
(신랑 신부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고, 신부 보모의 명랑하고 활달한 기운은 덤)
아무래도 신부의 할머니가 구우신 쿠키 때문이다.
가만히 계셔도 될 것을
고단하게 몸을 써서 그 많은 쿠키를 굽는 행위는
손녀의 결혼을 축하하는 할머니 사랑의 표현이다.
그런 할머니의 사랑은 어머니를 통해서 Alicia에게도 유전인자로 전달되었음에 틀림없다.
신부 Alicia도 틀림없이 사랑 풍부한 여인일 것이다.
결혼은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니라
가정과 가정끼리의 결합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Alicia도 사랑 많은 시부모를 만났고,
Chris 또한 아름다운 가정과 결합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축복된 결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루한 시간에 할머니가 구우신 쿠키를 먹으며
Chris와 Alicia의 결혼 생활도 쿠키처럼 고소한 향기가 풍겨나오길 기원했다.
쿠키를 먹는 사람들마다
그 쿠키를 만든 사람의 마음과 합해서
신랑 신부를 위해 축복할 것 같다.
할머니의 쿠키는 그것을 먹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랑 신부를 위한 기도와 축복을 하도록
자연히 이끄는 마법의 쿠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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