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산책
(https://www.youtube.com/watch?v=3lPff452svE (클릭하면 슬라이드 쇼로 연결됩니다.)
어디로 갈까?
혼자 남겨진 저녁의 넉넉하지만 허허로움.
전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세 곳 후보 중에 Domino park으로 결정했다.
사람들은 퇴근해서 돌아오고 있는데
나는 그 역방향의 전철을 탔다.
물결을 거스르는 것처럼
힘이 들었다.
20 여분 전철을 타고 가서
윌리암스버그 다리를 건너기 전에 내렸다.
해가 지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넉넉하고 여유로움을 선사하는 것 같다.
아침보다 너그러워진 발걸음,
길 가의 카페에 앉아 먹고 마시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아침보다는 반 옥타브쯤은 더 올라간 것 같다.
하루를 마친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길어지는 그림자에 묻어난다.
나는 헤르만 헷세의 싯다르타 흉내를 내던 젊은 날들이 있었지.
강물 소리를 귀 기울이던 날들,
그 시간들.
그래서인지 강은 마치 고향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뉴저지에 살던 때도
틈만 나면 강 가로 나가곤 했었지.
강물도 ,
시간도 흐른다.
또 어떤 강물과 만날런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자전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묘기(?)를 연마하는 젊은이들,
더 이상 가까울 수 없는,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붙어 앉아
심오한 이야기를 속삭이는 남과 여.
가족끼리 놀러온 사람들,
관광객,
놀이터의 아이들 소리.
나는 강물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강물 소리를 듣기 위해 Pier로 갔다.
한 젊은이가 난간을 넘어 강 물 가장 가까운 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
조깅을 하는 동네 사람들이
가끔씩 내가 있는 곳까지 왔다 갔다.
두 여자가 와서 구조물의 벤치에 앉아
말 없이 대마초를 나누어 피웠다.
한 청년이 내게 다가왔다.
벤치 위 구조물의 지붕 같은 곳에 올라가려는데
자기가 그 위에 올라가면
마시던 맥주를 건네 달라고 했다.
그 위에서 맥주를 마시며 어둠을 맞이하는 청년.
여전히 강물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천천히 맨하탄의 빌딩 너머로 사라지는 해와,
해가 남긴 여운을 눈에 힘을 빼고 바라 볼 뿐이었다.
저녁에서 밤이 될 때까지의 시간은 무척 길었다.
조금씩 짙어지는 노을의 색,
그리고 맨하탄의 빌딩 창문에
와플의 패어진 골에 메이플 시럽이 채워지듯,
그렇게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삶도 그렇게 천천히 저물면 좋겠다.
불현듯 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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