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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막내 아들 효자 만들기 프로젝트 2

막내 아들 효자 만들기 프로젝트 2


"여보 빨리 준비하고 나와요. 민기가 아침 쏜대요."


내 머리 속에는 이미 그림이 그려졌다.


막내 아들 민기는 지금 휴가 중인데

우리 아파트에서 막바지를 보내고 있다.

좁은 아파트에서 뒹굴뒹굴 멍때리며 지낸 지 일주일을 막 넘겼다.


물론 그동안 몇 차례 친구들과 식사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했으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뵙기도 했다.

나머지 여백 시간은 꼼짝없이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 하느라 힘을 쏟아야 했던시간에

보상을 받는 한 방식이기도 했다.

그냥 멍때리는 것이 효과적인 휴식의 한 방편이라는 걸

바쁘게 살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막내 아들의 입에서

일요일 아침을 쏜다는 말이 자발적으로 나왔을 까닭이 없음은

아내를 알고 민기를 아는 나에게는 

너무나 뻔한 사실이었다.


아내가 계략을 세운 것이 틀림없었다.

큰 아들이 친구 결혼식에 가느라

차를 가지고 워싱톤에 갔으니

축구도 포기한 채 일요일 아침을 막내 아들과 빈둥거리고 있는 나를 보고 

아내는 아주 간단하고 실현 가능한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8 월 13 일이 막내의 생일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 귀대를 하는 까닭으로

오늘 아침 그 생일턱을 아들에게 쏘라고 한 것이

내 추측이고 그 추측은 맞아 떨어졌다.


집을 나서며 막내에게 물었다.


"너 자발적으로 아침 쏘는 거니?"


"아니."


"엄마가 시켰지?"


"응."


내 시야 밖에서 벌어진 일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아내가  먼저 막내에게 이렇게 제안했을 것이다.


"민기야, 네 생일에 엄마가 너를 낳느라고 고생했으니 네가 아침으로 엄마 아빠에게 커피 한 잔 사면 어떻겠니?"


이렇게 말하는데

정상적인 경우라면 거절할 자식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오늘 아침,

나, 아내, 그리고 막내아들의 커피 회동이 성사된 것이다.


등 떠밀어 얻어먹은 아침이지만 흐뭇한 마음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막내도 기분이 좋았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억지로 효자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것을 거절하지 않고 자기를 낳아준 엄마의 말을 받드는

아들의 마음을 어찌 갸륵하다 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자발적이지는 않아도

엄마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따르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막내 아들을 효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아도

등 떠밀어 얻어먹은 아침 하나로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해준 막내 아들은

정말 효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맛난 크로쌍과 커피를 마시며

아들과 아름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효자는 본시 그리 태어나기도 하지만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막내가 좋아하는 맹고를 사러

몇 블락 떨어진 수퍼마켓까지 걸어갔다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음을

슬쩍 밝히는 바이다.





 



 아파트 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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