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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밀라노의 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밀라노의 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두오모와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아케이드가 있는데

Galleria Vittoriio Emanuele ii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다.

십자형의 통로 양쪽으로 건물이 들어서 있고

철제와 유리로 된 창으로 된 천장이 그 통로를 덮고 있는 형상이다.

겉에서 보기에도 우람하고 우아하다.

건물은 세계적으로 최고급 브랜드 매장으로 채워져 있는데

나는 평생 한 번도 소유해보지 못 한 그런 브랜드의 물건들이

아주 우아한 형태로 진열되어 있다.

상점들은 검정색 바탕에 금색 글씨로 쓰여진 상호로 통일되어 있다.


고급상표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프라다, 베르사체, 샤넬, 구찌 등등---

그런데 나는 프라다는 그냥 주어도 안 입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나와는 아주 무관한 진열장 안의 세계를

무심하게 지나쳤다.

보면서 지나갔지만 아무 것도 본 것이 없다.

나는 거기서 금강경의 세계를 조금 체험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왕국의 초대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이름을 딴 이 갤러리아는 

1865년에서 1877년 사이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중앙 팔각형 공간은 로마, 플로렌스, 토리노, 밀라노를 상징하는 네 개의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로마의 암늑대, 피렌체의 백합, 토리노의 황소. 

그리고 밀라노를 상징하는 붉은 십자 모양의 방패 문양이 그것이다.


토리노의 황소는 큰 생식기로 대표되며, 

곧 사람들은 그것이 행운을 가져다 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황소의 고환에 발 뒤꿈치를 내3 번을 돌면 행운이 따르고  

여성들은 이 제스처가 다산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고환을 만지기 시작했는데

나는 누군가 이 갈레리아의 흥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속설과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이벤트 기획일 것이라는 게 나의 추정이다.

그러니 소의 고환이 온전할 까닭이 있나,

소의 고환 부분은 손상을 입었다.

이젠 행운이나 생명을 가져다 줄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그 의식(?)을 열정적으로 행하고 있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는 그 곳에 발꿈치를 대고

세 바퀴를 돌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남자들의 행운이 날아갈 지도,

여자들은 불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집 그 분도 하셨다.

사진도 찍으라고 해서 찍었다.


이런 일에는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용감하다.

대부분 여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으면서

이런 의식을 행한다.


일을 마치고 우리집 그 분은 나에게도 하라고 강권했다.

아마도 이 일을 통해 재물을 얻게 되는 행운을 기대하는

흑심이 있어서 였을까?

(아내는 강권이 아니고 강추라고 우길 것이 뻔하다.)


나는 분연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소라지만 같은 남성성을 가진,

그것도 이미 기능을 상실한 소의 생식기에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직은 나도 남잔데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 남성성마저 소멸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감히, 그리고 무엄하게도 그 분의 강요를 뿌리칠 수 있었다.

(아직 나에게도 남성적인 야성미가 살아 있음이 참 다행한 일이다.)


더 지체했다가는 아내에게 지름신이 강림할 것 같아

바쁜 걸음으로 그 곳을 빠져 나왔다.

다시 밀라노에 갈 기회가 생겨도

그 곳은 다시 갈 생각이 없다.


악마들이 들끓고, 

소의 고환을 짓밟는 만행이 이뤄지는 곳.

아주 화려한 지옥을 무사히(?) 빠져 나온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여기서 무사하다는 것은 아내가 아무 것도 사지 않았음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