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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어머니 날 일기 -낮

새벽에 piermont에 갔다가 바로 축구를 하러 갔다.

축구를 끝내고  집에 오니 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집 코너에 있는 향나무를 다듬는 일이다.

말이 쉬워 다듬는 것이지

다섯 시간은 꾀 부리지 않고 꾸준히 해야 끝날 일이다.

작년에 경험을 해서 아는 일이지만

집안 일 중 가장 힘드는 일이다.

더군다나 난 손으로 하는 것은 무슨 일이 되었건 영 젬병이다.

가냥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 주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나는.

그래도 어찌 하랴. 마님의 지엄하신 분부가 있었으니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

햇살이 제법 따가와서 그냥 그늘에 앉아 쉬면 딱 좋을 그런 날씨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느 것만큼 고역도 없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나와 일하는 중간 중간 짬이 날 때마다

우리집 사진을 찍기로 했다.

먼저 텃밭에 가서 

이파리에서 민트 향이 나는

작은 보라꽃을 찍었다.

 

가만히 바라보면 사랑스럽다.

그냥 지나치면 아무렇지도 않을지 모른다.

가만히 눈을 맞추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윽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개 지나치던 이 풀꽃이 언제부터인지 

내 가슴 한 컨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제는 그 곁을 지날 때면 일부러 멈춰서서 눈인사를 건넨다.

저 보라색 작은 꽃은

이미 나에게 '하나의 의미'가 된 것이다.

 

 

 

철쭉도 지고, 진달래는 그 이전 벌써 다 지고

지금은 이 꽃이 대세다.

진달래와 철쭉을 대충 버무려 놓은 것 같은 이 꽃.

그런데 아직도 꽃이름을 모른다.

 침실의 커튼을 젖히면

바로 창 앞에서 바로  코를 들이미는 꽃나무.

겨울엔 온도계 역할을 한다.

나뭇잎이 오그라 들었으면 날이 꽤 춥다는 말이다.

외투를 두툼하게 입고 나가야 한다.

 

 

 

현관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는

재작년에 사가다심은 장미가 만발했다.

장미향이 '코를 찌른다'라는 표현이 딱이다.

아, 이런 거였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그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우리 예쁜 조카 이름이 로사(Rosa)라

 Rose Garden 이라 이름지어주었다.

자기 이름의 정원을 가진 로사는

아침 저녁으로 정원에 물을 잘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사랑은 책임진다는 말과 같다.

 

 

 

이 단풍나무는 벌써 물이 들었다.

 

 

 

 

 

 

 

 

 

 

토끼풀이 제법 많이 퍼졌다.

이렇게 예쁜 토끼풀꽃도 잔디를 기준으로 보면

한 마디로 '잡초'에 불과하다.

그것도 번식력이 아주 강한 골치 아픈 잡초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차별하고 구분짓는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지 모른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분별심을 갖는 것은 곧, 업을 짓는 일이다.

 

 

 

 

 

 

 

 

 

 

장미의 색깔이 하도 고와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저 빨간 장미 꽃의 배경은 녹색 잎이다.

 

 

 

 노란 민들레의 배경도 녹색잎과 녹색 풀밭이다.

장미의 배경도,

민들레의 배경도,

토끼풀꽃의 배경도 다 녹색이다.

이 세상 어머니의 존재의 색이 있다면

바로 저 녹색이 아닐까.

배경색으로 해서 꽃의 색깔이 비로소 생명을 갖게 되는 ------

 

드러나지 않아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저 배경색과도 같은 존재,

어머니.

그러나 배경색이 없이 온통 빨간 장미색만 있다면

그 예쁜 빨간 색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봉두난발을 한 향나무에 전기톱을 대었다.

몇 번 왔다갔다 나무를 쳤는데 그만 체인이 톱에서 이탈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누군가.

이런 사태가 일어나는 건 당연지사.

할 수 없이 전지가위로 일을 마무리 짓는 수 밖에.

깨진 항아리에 물을 갖다 붓는 심정으로 아자!

로사에게 사진  한 장 찍으라고 부탁해서

이 거룩한 사진이 남아 있다.

날이 더워 선 글라스는 자꾸 흘러 내리고-------

 

 

 

일하는 중간

덥거나 지칠 때면

이 Japnese  Maple 나무 밑에서 쉬었다.

 

 

 

 

 

 

끄트머리께 있는 어떤 잎은 벌써 고추 잠자리처럼

빨갛게 물이 들었다.

 

 

 

 

 

나무 밑에는 새끼 손톱 반만한 크기의

노란 꽃이 피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참 사랑스럽다,

가 만 히 들 여 다 보 며 는

 

 

 

 

 

 

 

향나무 옆에 있는 벚나무의 잎은 붉다 못해

자줏밫을 띄었다.

아, 그런데 자줏빛 열매가 열려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저것은?

아마도 버찌일 것이다.

이 집에 이사 와서 올 해 처음 보는 것이다.

꽃이 필 때는 꽃에 빠져 있다가도

꽃이 지면 전혀 눈길을 주지 않은

지난 20년의 세월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내 사랑이란 것이 바로 그런 수준이다.

꽃이 있을 때는 눈길과 마음을 주다가도,

꽃이 지면 슬그머니 거두어 들이는 그런 나. 그런 사랑.

 

 

 

 

 

날이 어둑해져서야 겨우 끝을 낸

가지 치고 다듬기.

솜씨 없는 내가 했지만 그런대로 봐줄 만 하다.

사다리까지 놓고 올라가 땡볓 아래에서 보낸

인고의 시간 덕에 향나무도 그렇고 집도 모양새가 살아났다.

 

향나무는 가지가 잘리우면서도

그 때마다 향기를

나에게 선사했다.

 

어머니 날이어서인지,

향나무가 꼭 어머니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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