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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먼지에 갇히다.

먼지에 갇히다.






-정오 쯤에 호텔방에서 바라 본 남산-


아침에 동작동 현충원에 다녀왔다.

호텔 앞 회현 역에서 4호선 지하철을 타러 호텔 밖으로 나왔는데

아침의 젖은 공기에 먼지가 묻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약하게 진흙 냄새가 

내 폐 안으로 빨려 드는 느낌이 들었다.


지하철에서 아버지가 계신 충혼당까지 걸어갔다

돌아와 지하철을 탔는데한 쪽 코가 막히고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서울 방문 이틀 째인 오늘,

그냥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점차 감소하는 인구 문제와 더불어

미세먼지는 내 조국의 앞날에 아주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 같았다.


오늘이 미세먼지 측정이 이루어진 이래

최고로 높은 수치라고 한다.


밖에 나가기가 두려

호텔 방 안에 머물러 있으려니 우울하고 답답해진다.


정치가 무엇보다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인구문제와 미세먼지라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미세먼지와 인구문제는 

개인과 국가라는 커다란 나무의 밑둥을 송두리째 갉아먹고 있는 것 같다.


서서히 죽어가고 소멸해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과 국가 모두다 마음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지하철 도어에 있는 시

만해가 이야기하는 완전한 사랑


대하기 부끄럽고 범접하기 어려운 사랑의 경지



가로등 불빛

안개와 먼지가 뒤섞여 있다.




현충원 입구를 지나며 

우국 열사들이 남긴 말을 받아 쓴 

캘리그래프가 전시되어 있다.



대통령의 헌화




아버지 계신 충혼당은

오전 아홉 시에 문을 연다고 되어 있다.

미처 알지 못하고 너무 일찍 도착했다.

두어 시간 더 있어야 했다.


그냥 호텔로 돌아가면 아버지가 서운해 하실까?


아버지 성향으로 보면

"미세먼지도 이리 심각한데 뭘 기다려?, 됐다, 가거라."라고 하실 것 같았다.

그래서 발길을 돌려 내려왔다.







지하철을 타려고 보니

옆 벽면에 낙서가 눈에 띄었다.


웃는 얼굴 같기도 하고

꽃이라는 글씨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공대라는 한자 같기도 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회현역에 내려

남대문 시장으로 들어갔다.

호텔 맞은 편 쪽 시장이 막 시작되는 곳에

칼국수 집이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 자리에 앉았는데

여자 손님 셋이 벌써 와서 자리를 식사 중이었다.

아마 여기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가게 문을 여는 것 같았다.

시장 사람들의 아침이 열리기 전부터

이 곳은 이미 열려 있었다.


-아침을 깨우는 칼국수 집-


보리밥, 냉면, 그리고 칼국수 이렇게 세 가지가

단돈 5천원.

맛의 여부를 떠나 참 눈물 나는 가격이다.






아주 소박한 가게 바닥,

시장 사람들의 시간, 삶

그렇게 닳아가며 흘러간다.



군인 수녀님은 무료.


손자가 군에 갔나?

손녀가 수녀인가?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시아버지께서 독립운동을 하셨다.


독립운동과 정치


무언가에 구속되어 있는 백성들에게 자유를 주는 메카니즘이다.


주인 할머니는 아주 싼 가격에 

시장 사람들에게 든든한 아침을 제공하며 삶을 살아 왔다.


말 없이 생색내지 않는 독립운동,

그리고 정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녀님은 무료라는 글이 무색하게 부적이 붙어 있다.

시장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아침을 열 수 있도록

시장 사람들보다 더 일찍 새벽을 여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진정 빛을 밝히는 독립군이고 정치인이 아닐까?


이런 분들을 보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너무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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